친문계 싱크탱크 '민주주의4.0' 창립 3주년 토론회
전해철 및 홍영표·박광온 등 전현직 20여 명 참석
민주당 지도부 겨냥해 "당내 다원주의 보장해야"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감만…다중인격장애 모습도"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가 총선을 앞두고 세 결집에 시동을 걸었다. 친문계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 연구원'이 창립 3주년을 맞아 개최한 토론회에 친문 핵심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현직은 물론, 전직 의원들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까지 대거 집결했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사법 리스크'와 선거제 개혁 문제 등으로 휘청이는 상황에서 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들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겨냥해 "벌거벗은 권력" 등의 표현을 쓰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주의4.0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퇴행하는 한국 민주주의, 국민 속에서 해답을 찾다' 주제의 창립 3주년 기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주의 4.0 이사장인 전해철 의원은 물론 홍영표·박광온·정태호·도종환·신동근·강병원·송기헌·황희·한병도 의원 등 민주주의4.0 회원의 절반가량인 약 20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 주도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의 상임대표인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자리했다.
전해철 의원은 "국회의 협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는 의회 구조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양당이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대립하는 현재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법으로 인해 소수 정치세력의 의견이나 패배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 정당 간의 극단적 대결 구도와 현재의 지역 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은 바로 선거제 개편"이라며 "정치 발전에 필요하다면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는데 여전히 못하고 있다. 정당은 책임있게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과 답을, 그리고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구조의 변화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좋은 정당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할 수 있도록 당내 다원주의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정치가 시작되고, 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치를 분열과 배타로 이끄는 여러 요인에 대해서도 논의해 왔지만 역시 현실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도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선 이대근 우석대 국방정책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은 대단히 선한 것처럼, 대단히 개혁을 할 것처럼 얘기하고 실제 행태는 국민의힘과 별 차이가 없다"며 "민주당은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감만 갖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대근 교수는 "어제 한 공약 오늘 뒤집고 오늘 공약은 내일도 계속 유지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 되니까 모든 선거가 마지막 선거인 것처럼 모든 걸 다 동원하는 것이다. 분노도 동원하고 복수심도 동원한다"라며 "하루치만 먹힐 수 있는 것을 동원하는데, 시민의 관점에서 협력했는데 배신을 당했으니 그 다음에는 다른 선택이 나오는건데 그럼에도 민주당은 마지막 선거처럼 한다"라고 꼬집었다.
당내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는 당원민주주의를 하겠다고 얘기하는데 민주적 방식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에 가깝다"라며 "민주당은 다중인격장애의 모습을 보인다. 집권할 때와 야당할 때 다르니까 민주당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정당으로 변질됐다"라고 지적했다.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변화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이 대표가) 급진적·전투적 이미지에서 온건한 포용적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며 "현장 주도 리더십에서 조직관리 리더십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청년·여성 지지 기반을 확보한 최초의 정치인인 만큼 이들에 대한 당내외의 정략적 공세에 정치인으로서 보호와 대응이 필요하다"며 "당대표로서 도어스태핑, 당내 예비내각 시스템, 미래 비전 형성 공론화 주도가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발제를 맡은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역시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형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처럼 한꺼번에 무너지는 양상이었다면, 지금은 법과 제도를 합법적으로 이용하면서 하나씩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하는 형태"라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방식, 이를 스텔스 방식에 의한 민주주의의 퇴행이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