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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윤 대통령, 美 대선까지 '캠프 데이비드' 제도화해야" [갑진년 희망의 정치 ⑦]


입력 2024.01.04 06:00 수정 2024.01.07 16:01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갑진년 희망의 정치' 연속기획 초대석

"北, 트럼프-문재인 때로 돌아가려는 흐름 만드는 중"

"핵협의그룹 통해 구체적 핵 대응안 마련해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갈 수 없다'는 원칙 분명히 해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다가왔다. 외교가에서는 2024년이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곧 22대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총선을 앞두고 있고, 우리의 우방국 미국은 대선이라는 크나큰 선거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특히 미국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북한의 도발은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2024년은 한국 외교사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과연 갑진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복잡해지는 정세 속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데일리안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고민을 나눠봤다. 태 의원은 북한에서 평양국제관계대학을 나와 영국주재 북한공사,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 등을 지내며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2016년 8월 가족과 함께 탈북해 독일을 거쳐 귀순했다. 태 의원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을 맡다가 미래통합당 영입 인재로 21대 총선 서울 강남갑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해 당선됐다. 국회 입성 이후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등을 맡아 대북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을 찾아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등 대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데일리안과 가진 '갑진년 희망의 정치' 특별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잘한 일이 일본과의 관계를 풀고, 거기에 기초해 바이든 대통령을 움직여 '캠프 데이비드'의 프로세스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캠프 데이비드'도 대단히 취약한 구조다"라며 "미국 대선까지 우리 정부가 박차를 가해 '캠프 데이비드'를 되돌려 세울 수 없는 그런 과정으로 고착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태 의원은 "김여정 담화를 보면 북한이 어느 지점을 제일 걱정하고 우려하는지가 드러난다. 그것이 딱 '한미일 협력 구도'"라며 "지금까지는 '캠프 데이비드'처럼 이렇게 구체화된 협력 구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만약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이 되어 '바이든과 반대로 하겠다'고 하면 또 중단될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며 "최근에 '핵협의그룹(Nuclear Concultative Group, NCG)'이 강화되고 있고 올해에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을지프리덤실드)'라는 핵전쟁을 가상한 훈련을 한다. 그러니 여기에 머물러 있지 말고 향후 한발 더 나아가서 정말 우리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서 미국이 공약한 것처럼 북한이 핵을 쓰는 경우 미국도 핵으로 북한을 응징한다는 것이 레토릭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정착되는 길을 올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북한이 자꾸 정찰 위성도 쏘고 '화성-18'도 성공했다고 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러니까 미국과 북한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자. 그래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만은 덜어 내는 그런 협상을 하자'라고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틈새를 김정은이 파고들면서 트럼프와 문재인 정권 때로 다시 돌아가려는 흐름을 자꾸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돌파하는 방도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를 빨리 제도화 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핵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무런 담보도 없는 말이다. 그러니 빨리 NCG 핵협의그룹을 통해 디테일한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만약 북한이 EMP탄을 터뜨렸다 이럴 때는 어느 정도까지 응징한다' 등과 같은 구체적인 디테일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최근 최선희 외무상이 조직 구조 개편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북한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북한은 당 중심 국가다. 그런데 거꾸로 이번에 행정인 북한 외무상이 당 기구인 '통일전선부'를 자기 산하로 두고 이를 지도하겠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통일전선부'의 기능은 2가지다. 하나는 남과 북 사이에 대화하고 교류하고 경제협력을 주관하는 업무고, 다른 하나는 공작이다. 그런데 이제 남북 관계를 '국가 관계'로 정립하면 남북 사이에 소통하고 협력하고 교류하는 기능은 북한 외무성으로 넘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남북 대화가 열린다'라고 할 때 북한이 우리는 국가 관계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북한 외교부가 나오니 우리도 통일부가 아닌 외교부가 나오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통일부가 나온다고 하면 안 만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런 것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갈 수 없다'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명백하게 내놔야 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태 의원은 내년 총선이 외교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생각도 피력했다. 그는 "'총선에서 여당이 진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만약 총선에서 진다면 이제야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라는 것을 만들고 한일 관계도 많이 개선했는데 이것 조차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를 더욱 시스템화하고 구조적으로 제도화하고 정착시켜야 되는데 이것마저 추진력을 잃고 더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올해 총선이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선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음은 태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최근에 강제 북송 관련해서 계속 목소리 내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강제 북송 내용이 담겼지만,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하는가.

"북한 인권 결의안이 2003년부터 거의 20여년째 지금 계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인권 유린 행위는 즉시 항의했지만, 중국의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해서는 가해자인 중국의 책임을 명백히 따지지 못했다. 그 이유는 구조적으로 놓고 보면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는 중국이라는 실체를 이제 거론하기보다는 북한 인권 결의안을 전원합의체 컨센서스로 통과시키자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거기다가 중국을 명시하면 반대하는 나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애매하게 '제3국' 이렇게 표시했는데 이런 걸 지난 1년 동안 계속해 왔다. 그럼에도 아무런 개선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좀 새로운 접근법으로 가봐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 강제 북송 문제에서 적어도 중국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중국은 대국이고 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자기 이미지가 손상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을 명시 조항으로 넣어야 결국은 중국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그 어떤 개선책을 찾을 것이고 대처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지난해 11월 유엔 본부에 가서 실무급 국장들하고 토론을 했는데 아직까지는 그 기본적인 틀이 바뀌지 않고 있다. 하나는 중국을 명시하고 다른 하나는 현재는 표결 없이 전원합의체로 가고 있는데 이것도 표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가면 강제 북송을 중단시킬 수 없다. 결국은 중국과 갈등 관계를 빚으면서라도 끝까지 부딪혀야 이 문제도 해결된다. 조용한 외교로서는 중국을 움직이기 힘들다."


Q. 중국과 끝까지 부딪힐 경우 너무 '강 대 강'으로 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는데.

"사실 이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지난 시기에 여러 번 부딪혀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든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에게 '강제 북송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사건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대한민국으로 올 때도 굉장했다.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이 연이어 중국에 가서 황장엽 비서를 보내주면 안 된다고, 또 대한민국도 중국에 가서 황장엽 비서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가 들고 일어나 세계적 압력을 가하니 중국이 받아들였던 적이 있다. 그들에겐 이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보다는 자기 체면 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결국 3국을 통해서 한국에 보내준 전례가 있다.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 안 된다' '강 대 강으로 가면 안 된다' '조용히 해야 된다' 나는 이것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딪혀 봤을 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그래서 부딪혀 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Q. 올해부터 우리가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나.

"비상임이사국이 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가 하면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합해서 유엔 상임이사국 회원국이 총 15개다. 그중에서 10개국이 동의하면 의제로 상정시킬 수 있다. 그간 대한민국 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문제, 북한 인권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의제로 상정시키기 힘들었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이런 우리 우방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직접 10개 나라만 지지를 받으면 의제로 올릴 수 있다. 그래서 강제 북송 중단 문제라든가 북한 인권 문제라든가 이런 걸 우리가 유엔 안보리에 올려서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Q.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이랑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지금 중국과 북한 러시아 3개국이 밀착하고 있는 이런 상황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만들어낸 사안도 아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든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정책 이런 우리의 컨트롤 밖에서 일어나는 세계적인 정세 변화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지정학적으로 특수한 위치에 있어서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파트너십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러시아 같은 경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받아서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든지 또 끝난다든지 이렇게 할 때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나 다시 우리와의 관계에 관심을 가질 위치에 있는 나라다. 우리 정부는 지난 시기에 러시아의 극동 개발이라든가 이런 데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조태열 장관 후보가 외교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이분이 지금까지 안보보다는 통상, 무역 이런 분야에 특기 있는 통상 교섭 전문가다. 그래서 우리 윤석열 정부 전반기에는 미국 일본과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면서 기울어졌던 그런 한미동맹이라든가 한일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놨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과의 파트너십 관계를 내세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보면 우리와 중국 사이, 또 우리와 미국, 우리와 일본 사이 FTA나 통상 무역 구조가 내용이 다 차이가 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렇게 서로 차이가 나는 무역 구조를 좀 합리적으로 잘 조정해서 우리와 중국과의 무역 관계도 예측 가능한 관계로 고착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에도 요소수 문제 같은 게 갑자기 터졌다. 사드 때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는데 이렇게 중국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이나 안보상 문제를 무역이나 경제를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안전핀'을 만들어 놓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 중국과 우리와의 관계는 이런 게 부족하다. 이런 '안전핀'을 만들어 놓는 일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아마 올해 총선이 지나고부터는 그런 분야에 대한 것을 우리 정부가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전문가 중에는 민간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민간보다는 행정 및 정치적인 관계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문제가 5년 단위로 행정 권력이 자꾸 바뀐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처럼 당과 행정 권력이 바뀌지 않고 있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와 네트워킹이 잘 안된다. 권력이 자꾸 바뀌니까 박근혜 정부 때 겨우 풀어서 관계를 만들어 놨는데 문재인 정부가 올라와서 완전히 다 부숴버리고 그러다가 또 그걸 다시 윤석열 정부가 올라와서 일본과 풀자고 하니 쉽게 신뢰 관계도 구축 안 되고 그렇다. 대단히 구조적인 문제다. 문제가 터지면 물밑으로 해서 중국에 가서 쉽게 풀 수 있는 그런 정치인들이나 세력이 없다. 이런 것을 지금 빨리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한미일이 '캠프 데이비드' 선언 이후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잘한 일이 일본과의 관계를 풀고 그것에 기초해서 바이든을 움직여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북한에서 나오는 입장들, 김여정 담화까지 쭉 보면 '북한이 어느 지점을 제일 걱정하고 우려하는가'가 드러난다. 그것이 딱 이 한미일 협력 구도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캠프 데이비드처럼 구체화한 협력 구조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에 만족할 수 있느냐?' 이것도 대단히 취약한 구조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재선이 되어서 '바이든과 반대로 하겠다'고 하면 또 중단될 수 있는 그런 문제다. 그래서 나는 올해 미국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지만, 우리 정부가 박차를 가해서 이걸 되돌려 세울 수 없는 그런 과정으로 고착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핵협의그룹(Nuclear Concultative Group, NCG)'이 강화되고 있고 올해에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을지프리덤실드)'라는 핵전쟁을 가상한 훈련을 한다. 그러니 여기에 머물러 있지 말고 향후 한발 더 나아가서 정말 우리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서 미국이 공약한 것처럼 북한이 핵을 쓰는 경우 미국도 핵으로 북한을 응징한다는 것이 레토릭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지금 정착되는 이런 걸 빨리 올해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가 물거품처럼 없어지는 그런 프로세스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고착시키는 그런 프로세스로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 전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교전 국가 관계"라고 정의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남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게 북한에서 공개적으로 나오니까 아주 새로운 정책 기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기조가 북한에서는 있어 왔다. 바뀐 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특히 북한이 핵무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 아닌가. 핵무력 선제 사용과 관련한 '핵무력정책법'을 만들 때 그 법 '제5조'에 '핵무기 사용 원칙'이라는 게 있다. '비핵국가들이 핵 국가와 연합해서 북한을 공격하는 경우에는 북한이 핵무기로 비핵화라 할지라도 타격할 수 있다' 이렇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비핵국가들'이라고 복수를 썼을까. 그건 한국과 일본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국을 국가로 규정해 놓지 않으면 한국이 핵무기를 쓸 경우 대응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은 특수관계, 즉 국가가 아니니까 '비핵국가들'에 안 들어간다. 그러니 북한의 법과 얼마 전에 헌법을 수정한 거다. 한국이 국가가 아니라면 김정은이 매일 같이 이야기하는 '핵으로 선제 타격한다' 이런 것이 법체계상 맞지 않는 거다. 그래서 나는 북한이 결국 '핵무력 선제공격법'에 맞게 그 하위법들을 바꾸는 것이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하나는 김정은이 '적대 관계'라고 규정했다. 최근 최선희 외무상이 조직 구조 개편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근데 이것은 북한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은 당 중심 국가다. 그러면 당 중심이 당의 행정을 지도하는 게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당 중심 국가다. 그런데 거꾸로 이번에 행정인 북한 외무상이 당 기구인 통일전선부를 자기 산하로 두고 이를 지도했다는 거다. 이거는 북한 역사에 없는 일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통일전선부의 기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남과 북 사이에 남북 사이 대화하고 교류하고 경제협력을 주관하고 이게 하나가 있고 다른 하나는 공작이다. 그런데 이제 남북 관계를 '국가 관계'로 정립하면 남북 사이에 소통하고 협력하고 교류하는 이 기능은 아마 행정인 북한 외무성으로 넘기게 해줄 것이다. 밑에서 공작하고 하는 기능만 당이 가지고 있는 거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윤석열 정부도 이제는 이것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북 대화가 열린다'라고 할 때 북한이 우리는 국가 관계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북한 외교부가 나오니 우리는 통일부가 아닌 외교부가 나오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통일부가 나온다고 하면 안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최선희 외무성이 나가니 한국은 조태열 장관을 내보내라고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것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갈 수 없다'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명백하게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북한의 최근 강경한 메시지가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이 경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북한이 자꾸 정찰 위성도 쏘고 지금 '화성-18'도 성공했다고 하는 이유는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러니까 미국과 북한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자. 그래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만은 덜어내는 그런 협상을 하자'라고 미국에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쪽에서도 그런 메시지가 지금 나오고 있다. 자꾸 '지난 시기에 미국의 대북 정책 다 실패한 거 아니냐.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을 인정해 줘야 할 때가 아니냐'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그런 틈새를 이제 김정은이 파고들면서 트럼프와 문재인 때로 다시 되돌아가려는 흐름을 자꾸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돌파하는 방도는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의 과정을 빨리 제도화하는 것이다. 내가 미국 사람들한테 항상 던지는 질문이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미국도 북한을 핵으로 보복 응징하겠다 이게 미국의 얘기인데 이게 가능한 얘기냐고 물으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핵무기인 대량파괴무기(EMP탄)로 한국을 직접 때리지 않고 수도권 상공에다가 EMP탄을 터뜨려서 사람은 하나도 안 죽이고 우리 모든 정보·통신 시설, 발전소가 다 마비가 됐다고 하면 이 경우에 북한이 핵을 썼는데 그렇다면 미국은 핵으로써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미국 사람들이 말을 못 한다. 북한이 지난해에 EMP탄을 800m에서 한번 터뜨리고 600m에서 한번 터뜨렸다. 그다음에 400m에서 터뜨리고 올해는 200m에서 한번 터뜨려볼 것이다. 지금 북한은 EMP탄을 터뜨려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 실험을 하고 있는 거다. 결국 미국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핵으로 북한을 응징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무런 담보도 없는 말이다. 그러니 빨리 'NCG 핵협의그룹'을 통해 디테일한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군사 전략에서 예측 가능성을 만든다는 건데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만약 북한이 EMP탄을 터뜨렸다. 이럴 때는 어느 정도까지 응징한다' 등과 같은 구체적인 디테일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Q. 올해가 외교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총선도 예정되어 있고 미국 대선도 예정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총선이 외교적으로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총선에서 여당이 진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총선에서 진다면 이제야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라는 걸 만들고 한일 관계를 많이 개선했는데 이것조차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를 더욱 시스템화하고 구조적으로 제도화하고 정착시켜야 하는데 이것마저 추진력을 잃고 더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올해 총선이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정말 아주 중요한 선거라 생각한다."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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