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비서실장, 韓 만나 사퇴 요구
韓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 사퇴 거부
대통령실, 지지 철회 논란엔 "시스템 공천 철학 표현"
대통령실은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여권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여당 핵심 인사들이 이날 한 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철회했다는 논란과 관련해선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에 대한 신뢰 철회 논란은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이용 의원이 이날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모인 메신저 단체방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공천 행태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이 의원은 친윤 강경파로 분류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사퇴 요구 보도와 관련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며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늘 대통령실 사퇴 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한동훈 비대위원장 입장'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관련 보도가 나온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마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이번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 국민의힘 후보로 김경율이 (마포을에) 나서겠다고 한다"며 "마포에서 정청래와 붙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비대위원은 "(한 위원장과) 어젯밤에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며 "낡은 시대와 이념을 청산하라는 과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시스템 공천'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도 이번 공천 논란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9일 통화에서 "공천은 당에서 하는 것이고, 윤 대통령은 '용산 참모들도 공천 특혜는 없다'고 강조했다"며 "그런데 한 위원장의 발언은 '이게 혹시 대통령의 의중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받게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주 노련한 리더들은 특정 지역에 특정 인물을 전략공천을 해야 할 경우, 그 사람의 경쟁자를 미리 만나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한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런 문화나 관행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정치적 고려'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과 일부 여당 인사들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는 '김경율 비대위원 마포을 출마' 발언 논란을 포함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 등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취임 전인 작년 12월 국회에선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느냐"고 했지만, 18일엔 "기본적으로 함정 몰카지만, 국민께서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고 했다. 19일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갈등설이 불거진 데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니까 갈등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고 했다.
또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김경율 비대위원과 일부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태도를 취하면서, 대응 기류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온도차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