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염종석 데뷔 시즌서 17승 9패 평균자책점 2.33
롯데의 우승까지 일군 뒤 혹사 후유증으로 수술 후 하락세
벌써 32년 전이지만 KBO리그 역사에서 결코 잊으면 안 되는 이름 ‘염종석’이 다시 한 번 올드팬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염종석 동의과학대학교 감독은 최근 1973년생 동기생인 박재홍 해설 위원이 진행하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프로 입단 첫 해 가장 뛰어났던 투수로 ‘염종석 vs 류현진’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류현진이 누구인가. KBO리그 7년간 그야말로 리그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류현진은 이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LA 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치며 최정상급 투수로 활약,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류현진은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 탈삼진 204개를 기록하며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하며 그해 MVP와 신인상, 골든글러브를 한꺼번에 거머쥐는 역사를 썼다.
그런 류현진보다 뛰어났다고 자평하는 이가 바로 염종석이다. 염종석 본인도 뛰어난 투수에 대해 고민없이 "염종석"이라 부를 정도다. 그렇다면 염종석의 활약상은 얼마나 대단했을까.
지난 1992년 집안 사정으로 인해 대학 진학 대신 프로 직행을 택한 염종석은 시즌 개막 후 곧바로 1군 한 자리를 차지했고 그해 정규시즌 35경기(선발 22경기)에 출전해 17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클래식 기록만 놓고 봐도 매우 훌륭한 성적임에 틀림없는 염종석의 루키 시즌이다. 염종석의 지배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세부 기록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특히 평균자책점 부문이다. 당대 최고의 투수는 누가 뭐라 해도 해태 선동열이었는데 1985년부터 7년간 이어지던 평균자책점 타이틀이 염종석 팔에 의해 대가 끊기고 말았다. 물론 그해 선동열은 부상으로 32.2이닝 소화에 그쳤으나 염종석의 등장 또한 워낙 충격적이었기에 최고 투수 세대교체론이 부각되기도 했다.
일단 정규 시즌 활약만 놓고 보면 1992년 염종석은 40년 넘는 KBO리그 역대 루키 투수들 가운데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류현진 역시 평균자책점과 다승, 탈삼진 부문까지 모두 거머쥐며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일궜으나 지배력에서는 염종석에 미치지 못한다.
1992년 염종석은 19세 나이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스탯티즈 기준) 8.40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찍었다. 이는 7.78의 류현진보다 확실히 앞서는 부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규 시즌 활약만으로 류현진보다 우위에 섰던 염종석은 기세를 몰아 포스트시즌에서도 6경기 30.2이닝 4승 무패의 기세를 이어나가며 롯데의 우승을 이끌었다.
염종석, 류현진 모두 충격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투수임에 분명하지만 향후 행보는 크게 엇갈렸다. 롱런에 성공한 류현진과 달리 수술대에 올랐던 염종석은 부상 후유증으로 다시는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염종석은 투수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롯데 팬들의 아련한 추억을 머금고 역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