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2022년 4월부터 강연하며 27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 30억 편취
재판부 "전청조, 사기행각 벌여 주위 사람들 삶 망가뜨려…용서도 못 받아"
"징역형 살고 나오자마자 거대한 사기범행 계획…제어 어려운 탐욕과 결합"
"인간 탐욕·물욕 경계하는 반면교사 됐으면…본인 범행 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해야"
재벌 3세를 사칭하며 수십억대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전청조(28)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선고를 내린 판사는 이날 전씨에 대해 중국 소설가의 작품을 언급하며 "소설가의 상상력을 뛰어 넘은 막장 현실"이라고 엄히 질책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와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는 대법원의 양형 기준 상한인 징역 10년 6개월을 넘어서는 형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검찰의 구형은 징역 15년이었다.
재판부는 또 범죄 수익으로 구매해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3)씨에게 선물한 명품 가방 등에 대한 몰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전씨는 주위 모든 사람에게 사기 행각을 벌여 수많은 사람의 삶을 망가뜨렸다"며 "피해액이 30억원에 이르고 피해 대부분이 변제되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수많은 사기 범행으로 징역형을 살고 나오자마자 반성은커녕 더 많은 돈을 가로채기 위해 특정 유명인에게 접근해 거대한 사기 범행을 계획했다"며 "인간의 인지 능력이 불안정하고 제어되기 어려운 탐욕과 결합할 때는 더욱 그렇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의 작품 '형제'를 언급하며 "가슴은 물론 성별까지 왔다 갔다 하는 막장 현실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사건이 인간의 탐욕과 물욕을 경계하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씨는 일상이 사기였다는 본인의 재판 중 말처럼 본인의 범행을 돌아보고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하라"고 질책했다. 소설은 남자 주인공이 먹고 살기 위해 가슴이 커지는 가짜 크림을 파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또 전씨의 재판 중 태도를 거론하면서 "그 유명인(남현희)을 사랑했고 이 사건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피고인의 말이 과연 진심인지 의심스럽고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씨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다가 형이 선고되자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전씨는 2022년 4월부터 작년 10월까지 강연 등을 하며 알게 된 27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약 30억원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파라다이스 호텔의 숨겨진 후계자 등으로 행세하며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속여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월간지 인터뷰를 통해 남씨의 결혼 상대로 알려지면서 사기 행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남씨도 공범으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나 전씨와 공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전씨의 경호팀장 역할을 하다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 된 이모(27)씨에 대해서는 "경호원 또는 수행원 역할을 했고 계좌나 카드 등을 제공해 전씨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종범에 머물렀을 뿐 공모·공동정범에 이르지는 않았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