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재명 본인 가죽 안 벗기나"…공천 갈등에 분당 직면한 민주당


입력 2024.02.28 00:00 수정 2024.02.28 00:37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이재명 지도부' 성토장 방불케 한 의원총회

홍영표 "당신 손도 피칠갑될 것…멸문정당"

임종석 컷오프 등에 고민정 최고위원직 사퇴

李는 의총서 침묵…"당무에 참고하겠다" 말만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총선 공천을 두고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이재명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분당(分黨)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유령 여론조사' 의혹과 현역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 논란, 비명(비이재명)계 학살 등 누적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 중 유일한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비명계 의원들의 연쇄 탈당·단체 행동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 지도부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번 의총에서는 현역 의원 하위 20% 선정과 여론조사 업체 추가 논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천 배제(컷오프) 등 공천 과정과 관련한 비명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비명(비이재명)계 핵심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 면전에서 "남의 가죽 그렇게 벗기다간 당신 손도 피칠갑될 것"이라며 "혁신 공천을 하다 보면 가죽을 벗기는 아픔이 있는데, 당 대표가 자기 가죽은 벗기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임 전 실장의 컷오프를 비판하면서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 아닌 '멸문정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표현을 절제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요청하자, "절제?"라고 반문하는 등 격앙된 모습이었다고 전해졌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지도부가 너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윤 정부를 심판하기 위한 총선 승리가 목표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전해철 의원과 함께 의총 직후 홍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전반적인 공천 과정에 대해 재차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총선 공천을 두고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내 비판에 당 선거관리위원장에서 중도 사퇴한 정필모 의원은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리서치DNA'를 누군가가 전화로 해당 분과위원한테 지시해서 끼워 넣었는데 누구 지시인지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라고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용인갑 출마를 준비해 온 권인숙 의원과 경선에서 패배한 김수흥 의원 등도 여론조사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특히 송갑석 의원은 "문재인 없이 이재명만으로 총선 치를 수 있느나"라고 했고, 오영환 의원은 "이대로 정상적인 선거를 치를 수 있냐. 지도부는 이대로 또 나가서 시스템공천이 잘 되고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중진 박병석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냉정하게 판단해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라"며 "정권은 유한하고 권력은 무상하다. 바른 길로 가라"고 조언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갈등' 과 관련해 최고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의총에 앞서 고 최고위원은 임 전 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가 결정되자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고 최고위원은 "현 지도부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당 지도부가 최근 공천 갈등 수습을 하지 않고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걸 문제 삼았다.


비명계의 연쇄 탈당 조짐도 감지된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은 것에 대해 반발하며 탈당했고, 이날도 박영순 의원이 탈당해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상헌·설훈 의원도 탈당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비명계는 공천 파동과 관련해 집단·연쇄 탈당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인 '민주연대'(가칭)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의 반발이 거세지만, 이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의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의원들께서 여러가지 의견을 주셨는데 당무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고 최고위원의 사퇴와 임 전 실장 컷오프 등과 관련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