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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가고 레서판다…서울대공원서 만난 리안·세이·라비 [데일리안이 간다 44]


입력 2024.03.26 05:07 수정 2024.03.26 13:19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서울대공원 22일 새식구인 레서판다 삼총사 '리안'·'세이'·'라비' 첫 공개

막내 라비, 대나무 이파리 뜯어먹으며 '먹방쇼'…유일한 암컷 리안, 가장 예민한 성격

삼총사 중 맏형 세이, 오전에는 잠만 자…관람객들 "개교기념일이라 왔다, 신기하고 귀엽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 보니 뿌듯하다"…올 겨울, 리안-세이 혹은 리안-라비 번식 계획도

서울대공원의 새 식구가 된 레서판다 삼총사 중 맏이 세이.ⓒ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대공원의 새 식구가 된 레서판다 3마리가 4개월간의 적응 훈련을 마치고 지난 22일 관람객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에버랜드에서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판다 '푸바오'가 번식연령이 되면서 다음달 초 중국으로 돌아가는 빈 자리를 서울대공원의 레서판다가 채워줄 것으로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새 식구가 된 레서판다 삼총사 중 막내 라비.ⓒ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25일 서울대공원 레서판다 사육장 앞. 레서판다 삼총사 중 막내 라비(2)는 나무 줄기 위에 자리를 잡고 '먹방쇼'를 시작했다. 턱에 까만 줄무늬가 특징인 라비는 대나무 이파리를 이빨로 뜯어내 쉴 새 없이 씹어 먹었다. 이 대나무는 서울대공원에서 전남 담양군에서 공수해온 맹족죽이다. 캐나다 캘거리동물원에서 가장 먼저 보금자리를 옮겨온 라비가 바뀐 환경 탓에 '먹이가림'을 5일 정도 했기 때문이다. 라비는 대나무 잎이 마르면 먹지 않았는데, 담양 맹족죽만큼은 순식간에 먹어 해치웠다.


서울대공원의 새 식구가 된 레서판다 삼총사 중 유일한 암컷 리안.ⓒ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삼총사 중 유일한 암컷인 리안(4)은 리본 같은 커다란 귀를 쉴 새 없이 쫑긋거리고 있었다. 100일 지나도록 사육사를 경계할 정도로 가장 예민한 성격을 지녔다. 리안은 일본 타마동물원에서 이 곳으로 오기 전까지 사육사를 직접 맞닥뜨린 적이 없다고 한다. 문기태(29) 자원봉사자는 "유리창 가까이 다가갔는데, 소리를 들었는지 네 발로 기어다니다 한쪽 팔만 일으킨 자세를 본 적이 있다"며 "평소 온순한 표정인데 이때만큼은 0.5초 살짝 화가나 있는 찡그러진 표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의 새 식구가 된 레서판다 삼총사 중 유일한 암컷 리안.ⓒ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하얀 털이 뺨부터 눈썹까지 이어진 동그란 얼굴 하나가 방사장에 마련된 나무 위 오두막에서 빼꼼 튀어나왔다. 오전에는 잠을 자고, 오후에도 늘어져 휴식을 취하던 삼총사 중 맏형 세이(5)다. 비가 갑자기 뚝뚝 떨어지자 사육사들은 굴 안에서 세이의 이름을 수차례 불렀지만, 세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를 본 관람객 중학생 인모(15)군은 "푸바오를 지난해 6월 가족들이랑 동물원에 방문해 본 기억이 좋아서 이번에는 개교기념일이라 친구와 오게 됐다"며 "신기하고 귀엽다"고 전했다.


서울대공원의 새 식구가 된 레서판다 삼총사 중 막내 라비.ⓒ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레서판다 본 관람객들 "너무 귀여워서 큰일날 뻔 했어요"


레서판다를 보기 위해 현장에 몰린 관람객들은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댔다. 김군(5)은 "레서판다가 제일 좋아. 나 사진 좀 찍어줘"라고 말했다. 김군의 아빠 김모(40)씨는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가 동물원을 가고 싶다고 해서 단 둘이 오늘 오게 됐다"며 "나이 많은 레서판다가 병원에 있다고 해서 못봤다가 지난해 11월 캐나다와 일본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새롭게 레서판다 3마리가 왔다고 해 드디어 본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모(8)군은 "레서판다 진짜 귀여웠어요. 너무 귀여워서 큰일날 뻔 했다니까요"라며 전화로 할아버지에게 감상을 전했다. 경상도에 있는 친정에서 파주에 있는 집으로 가기 전 서울대공원을 찾은 정군의 엄마 이모(34)씨는 "'푸바오가 가고 레서판다가 온다'는 뉴스를 보고 아이가 레서판다가 너무 보고 싶다고 졸라서 휴가를 내고 찾아왔다"며 "서울대공원에 오자마자 오전 11시부터 레서판다를 봤다. 2마리 밖에 안 보였지만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사진을 잔뜩 찍었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의 새 식구가 된 레서판다 삼총사 중 맏이 세이.ⓒ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레서판다 더 큰 가족 될까…사육사들 "올 겨울 번식 계획"


레서판다들을 바뀐 환경에 적응시키고 있는 사육사들은 더 큰 가족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재성 서울대공원 사육사는 "레서판다는 단독 행동을 하기 때문에 분리돼 있다"며 "레서판다를 키우는 동물원이 합사돼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합사해서 키울 경우 같이 사는 개체가 돼 '번식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사육사는 "번식을 할 때 잠깐 일주일 정도 같이 있을 수 있다"며 "사람의 감정으로 '외롭다'고 이해하지만 동물의 특성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범준 서울대공원 사육사는 "레서판다의 번식은 겨울에 시작할 계획인데, 그 전에 출산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고, 남편과 아내를 서로 소개해줄 시간이 필요하다. 투쟁 없이 합사하려면 '얼굴 익히기' 적응시기가 필요한데, 번식기가 되면 서로 향이나 흔적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리안이 세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번식을 못할 수도 있다. 세이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라비가 도전하게 된다. 겨울에 합사한 뒤 교미가 되면 레서판다 번식의 최초 사례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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