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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민주당에 무조건 투표? 옛말"…'4파전' 인천 부평을 민심은


입력 2024.03.26 00:20 수정 2024.03.26 00:20        데일리안 인천 =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박선원·이현웅·김응호·홍영표 경쟁

신규 유입된 약 1만세대 표심 최대 변수

"정당 아닌 공약·인물로 판단" 분위기

(왼쪽부터) 인천 부평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선원·국민의힘 이현웅·녹색정의당 김응호·새로운미래 홍영표 후보(기호순) ⓒ박선원·이현웅·김응호 페이스북,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인천 14개 선거구 중 이른바 '북부벨트'로 불리는 부평구와 계양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특히 '부평을' 선거구는 호남 출신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데다, 한국GM 부평공장이 위치해 있는 특성 때문에 보수 정당의 험지로 꼽혀왔다. 본선보다 민주당 당내 경선이 더 치열하다는 말이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GM 서쪽 산곡동·청천동 일대 재개발로 총선을 앞두고 약 1만세대가 대거 입주해 신규 유입 인구의 표심이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부평을 선거가 인천 내에서도 몇 안 되는 '4파전' 구도, 현역 의원의 제3지대 정당 출마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부평을 후보는 민주당 박선원·국민의힘 이현웅·녹색정의당 김응호·새로운미래 홍영표 후보(기호순)다.


실제 25일 부평을 선거구 곳곳에서 만난 주민들의 대부분 "민주당이면 무조건 찍어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민주당 후보가 강세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정당이 아닌 공약과 인물 경쟁력을 보고 지지 후보를 정하겠다는 목소리가 대체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신규 입주한 아파트 주민인 40대 유모 씨는 "누구한테 투표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며 "공병부대 자리에 복합쇼핑몰을 유치할 수 있는 후보, 우리 아파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가 누군지 공약을 꼼꼼히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아파트 입주민으로, 서울에서 이번에 신규 유입된 30대 지모 씨는 "공병부대 및 산곡·청천 지역 관련해서 더 좋은 공약을 보고 뽑을 것"이라며 "부평시장과 부평지하상가 소상공인 지원에 힘을 더 쏟는 후보 쪽에는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현안으로 '공병부대 복합쇼핑몰 유치 여부'라며 "새로운미래가 이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동네에 걸기는 했지만, 홍영표 후보가 공개한 공약에는 명시되지 않아 믿음이 가질 않는다. 이걸 공약으로 명확하게 낸 사람이 이현웅 후보 단독이라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평을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는 30대 홍모 씨는 "아직 각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지 못해서 누구를 지지할지 정하지 못했다"며 "지역 개발에 관심이 있고, 주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이행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라고 했다.


갈산역 인근에 거주한다는 50대 남성은 "원래는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지역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민주당이면 당선된다는 얘기는 옛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공보물을 받아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투표하지 않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계양갑 지역에서 지난해 말 부평을 지역으로 이사했다는 30대 지모 씨는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항상 그럴싸한 것들 뿐이었지, 그게 실제로 이루어진 건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라며 "별다른 기대가 없기 때문에 누가 되든 상관없다. 그래서 투표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 일대에 걸려 있는 각 정당 현수막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이날 현재까지 부평을에서 '4파전'으로 구도가 확정된 후 실시·발표된 언론사 의뢰 여론조사는 전무하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도 "여태 민주당이 (당선)됐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선원 후보는 다양한 국정경험을 강조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원 하에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현웅 후보는 '새 인물론'과 '진짜 부평사람' 프레임으로 자신이 현안 해결 적임자임을 부각하고 있다.


김응호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 및 '차별 없는 세상'을 기치로 표심에 구애하고 있다. 4선 현역인 홍영표 후보는 중단 없는 지역 발전 의지를 드러내면서 현 정권과 '이재명 민주당'을 동시에 심판하겠다는 입장이다.


부평을이 인천 내 '민주당 텃밭'임을 방증하듯, 박선원 후보가 민주당 후보이기 때문에 투표하겠다는 주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GM에 다닌다는 한 남성은 "우리는 무조건 민주당이고, 박선원"이라고 말했고, 같이 있던 남성도 "당연히 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곡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솔직히 박선원이 누군지는 잘 모른다"면서도 "민주당 지지자인 만큼 이번에도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이현웅 후보에게 힘을 싣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평을 지역에서만 30년 이상 거주했다는 60대 정모 씨는 "늘 국민의힘만 찍었다"며 "이번에도 당연히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60대 이모 씨는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다 국민의힘"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선 이현웅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홍영표 후보가 이 지역에서만 4선을 했기 때문에 인지도도 높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중진 의원이 다시 배출돼야 한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30대 한모 씨는 "청천동으로 이사 온 지 4달 정도 됐는데, 이사 오고 첫 투표이다 보니 후보들의 공약이나 그전의 행보를 자세히 봤다"며 "내가 바라는, 앞으로의 부평 발전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홍영표 후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산동에 거주한다는 50대 한 여성은 "부평에 신규 대단지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점차 발전하고 있는데 정치 신인보다는 그래도 경륜이 있는 홍영표 후보가 다시 당선되는 것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홍영표 후보한테 투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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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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