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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쇠창살 감금 학대 신고했지만…면사무소 "목사가 그럴리가"


입력 2024.03.27 10:21 수정 2024.03.27 10:22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피해자, 청주 한 교회에 감금돼 쇠파이프로 폭행 당해…지인 도움으로 14개월만에 탈출

행정복지센터 방문해 감금 사실 알렸지만…센터 측 "그럴 리 없어, 경찰에 신고하면 돼"

센터 "민원 받은 직원, 육하휴직 중이라 사실관계 파악 어려워…목사 범죄 믿지 못한 듯"

최근까지도 교회에 쇠창살 그대로 남아 있어…검찰, 강도상해 등 혐의로 목사 구속기소

오랜세월 당한 폭행으로 짓이겨진 A씨의 귀.ⓒ연합뉴스

청주의 한 시골 교회 목사가 중증장애인들을 감금 폭행한 사건에 대해 행정당국이 1년 4개월 전 피해자의 신고를 받았는데도 이를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면사무소 관계자는 "목사라는 사람이 그럴 리 없다"는 취지로 신고자들을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증 지적장애인 A(50대)씨는 2021년 7월부터 쇠창살이 설치된 청주의 한 교회 부지 내 정자에 감금돼 목사에게 쇠 파이프로 폭행을 당했다.


목사는 2020년 초 요양병원에서 목회 일을 하며 만난 A씨를 잘 돌봐주겠다며 교회로 데려온 뒤 그가 용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시로 폭행하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정자에 쇠창살을 설치해 가뒀다.


이후 2022년 9월 26일 A씨의 지인들이 쇠창살에 갇혀 있는 그를 발견하고 목사에게 항의해 14개월 만에 탈출했다.


A씨의 지인들은 곧바로 인근 행정복지센터(옛 면사무소)를 방문해 주민복지팀 직원에게 A씨가 감금된 모습의 사진을 보여주며 목사의 범행 사실을 알렸지만, 센터 직원은 "목사라는 사람이 그럴 리 없다. 경찰에 신고하시면 된다"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이들을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A씨는 건물 밖에서 두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이 A씨 상태를 직접 보진 못했다고 한다.


2022년 9월 탈출 당시 A씨의 모습.ⓒ연합뉴스

면사무소 관계자는 매체에 "당시 민원을 받은 직원이 육아휴직 중이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은 어렵지만, 목사가 그런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쉽게 믿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튿날 교회에 조사를 나갔지만, 목사가 A씨의 공간이라며 교회 안에 있는 방을 보여줬고, 별다른 감금 시설을 발견하지 못해 더 이상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목사가 장애인들을 폭행하고 감금했던 쇠창살이 설치된 정자는 최근까지도 교회 부지 내에 남아 있는 것을 고려하면 현장 조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당시 교회엔 목사 한명 뿐이었는데, 센터 측은 신도 등 다른 관계자를 찾아가 A씨의 피해 사실에 대해 전혀 알아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경찰 수사는 지난 1월 A씨와 함께 같은 교회에서 생활하던 뇌병변 장애인이 목사로부터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A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사가 확대됐다.


목사에 대한 수사는 지난 1월에 이 교회에 거주하던 한 뇌병변 장애인이 목사로부터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A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사가 확대됐다.


검찰은 지난 19일 이 목사를 강도상해·중감금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A씨는 목사의 폭행으로 하반신 일부가 마비돼 현재까지 요양병원에서 생활 중이다.


2014년부터 이 목사가 재직한 교회에는 지난해까지 모두 6명의 장애인이 숙식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지인의 소개를 받거나 목회를 다니며 잘 돌봐주겠다고 설득해 데려왔다고 한다.


그는 다른 장애인들도 수시로 폭행해 온 것으로 조사됐으며, 기초생활비를 가로채는 등 장애인들로부터 수천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비장애인 신도는 한명뿐이었으며, 외딴곳에 위치해 마을 주민들은 교회 내부 사정을 잘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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