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을 후보 첫 TV토론회
재개발·교통 현안 두고 신경전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첫 TV토론회에서 상대의 공약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원 후보의 공약의 현실성을 문제 삼으면서 "국민을 현혹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원 후보는 이 후보가 계양을 현역 의원으로서 2년 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공약을 냈다고 공세했다. 이 과정에서 발언의 허위사실 여부와 관련한 공방전도 격화됐다.
이재명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2일 OBS경인TV에서 방영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TV토론회에서 저출생 문제와 지역구 현안인 시·도 간 교통 여건의 불균형 해소 방안, 재개발·재건축 등에 대해 토론했다.
이 후보는 모두발언에서부터 '정권 심판론'을 띄웠다. 그는 "물가는 천정부지고 민생은 파탄 났다. 경제는 한마디로 폭망했다. 한반도 평화도 위기다. 내일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험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에 자랑하던 민주주의가 지금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윤 정권 2년간 정말 대한민국은 많이 변했고 모든 상황이 악화했다. 이제 심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후보는 계양을 지역이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원 후보는 "주민들께서는 한결같이 25년간 계양 지역 발전이 없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계양의 정치인들이 도대체 한 게 뭐냐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때만 되면 말로는 '이거 하겠다' '저거 하겠다' 하지만 계양의 교통·주거·교육·문화 나아진 게 없이 점점 방치됐다"며 "나 원희룡은 일하러 왔다. 구체적인 성과를 가지고 주민들 곁에서 늘 정직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통 질문에서 계양구의 교통 여건 불균형 해소 방안과 관련해 원 후보는 "(이 후보가) 지하철 2호선, 9호선, GTX 등을 말씀하셨는데 지난 2년 동안 이와 관련돼서 어떠한 기관 협의나 추진사항을 했는지 말씀해달라"며 "이 모든 것들이 국토교통부 장관의 업무였는데, 나와 협의한 적이 없는데 어디 가서 누구랑 협의하신 건지 설명해달라"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는 "GTX 노선이나 광역철도망에 대해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차관과 유동수(계양갑) 민주당 의원하고 만나서 협의했던 기억이 있으니 언론보도 찾아보시라"며 "(원 후보가) 페이스북에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관련 (본인이)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적었던데 그런 허위사실 공표하시면 안 된다"고 답변했다.
이에 원 후보는 "유 의원이 차관을 만났다고 하시는데 허위사실공표 여러 번 이미 기소되셨는데 장관이 모두 보고를 받게 돼 있다"라며 "추진 상황은 (국토부) 장관이 보고 받게 돼 있는데 유 의원이든 이 후보는 협의한 바 전혀 없다. 사실 확인에 대해 다 책임지실 수 있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는 "분명한 건 유 의원이 (계양)갑 지역이고 내가 을 지역이라 교통난 문제 해결을 위해 LH 관계자를 만나 협의하고 보고도 받은 기억이 있으니, 나중에 언론 보도 된 것을 확인해 보시면 되겠다"고 했다.
추후 이 후보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지난해 6월 7일 국회 본청 국토교통위원장실에서 김민기 의원, 유 의원,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 이한준 LH 사장 등과 GTX-D Y자 노선 용역 추진 현황과 계양테크노밸리 철도망 구축을 논의하는 등 업무협의를 진행했다"며 "이날 협의 내용은 이 후보의 블로그는 물론 다수의 언론매체에도 보도가 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원 후보가 공약한 '계양동 임학역 서측 및 병방동 재개발·재건축'과 '2025년 내 지하철 9호선 인천 연장' 등을 지적했다. 그는 "원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재정확보를 해서 실제로 가능하냐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국민을 현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왜 이런 식의 허위를 하시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이 후보가 전국의 재개발·재건축과 혼동한 것 같다"며 "재정비촉진지구로 해당 지역을 지정하면 재개발이 가능하고, (서울 9호선은) 김포공항 지하에 있는 가닥 선을 이용해 3개 역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2025년 착공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이 대표가 2022년 재·보궐선거 출마 당시 내걸었던 김포공항 이전 공약, 귤현탄약고 이전 문제와 관련해 역공을 폈다.
원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 약속에 대해 뭘 하셨느냐"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일이고 계양구 단위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원 후보는 "공약을 온 국민, 특히 계양주민들에게 마치 할 것처럼 표를 받아놓고 그 책임자인 국토부 장관과 한마디 협의도 없었던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실 것이냐"고 따졌다.
원 후보는 또 "이번에도 (귤현탄약고) 이전하겠다고 하시는데 2년 전에는 지하화하겠다고 했다. 이전하는 장소를 알려달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현대화,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전은 현실성이 낮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지하로 묻는 현대화가 현실적 대안일 수도 있다.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개발·재건축 문제와 관련해 원 후보는 이 후보에게 "계양을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지구나 아파트 이름 또는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알고 계시느냐"라고 질문했다. 이 후보는 "내가 구체적인 아파트 이름 이런 것들을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어서 그건 우리 실무관들한테 좀 물어보도록 하겠다"라며 "이름은 못 외웠지만 해당 지역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봤다"고 말했다.
이에 원 후보가 "하나라도 (말해보라)"고 하자, 이 후보는 "아니 지금 기억이 안 난다고 그러니까 뭘 자꾸 물어보시냐. 본인은 이제 외워 놓으셨던 모양인데"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방해하지 좀 마시라.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사업성 확보 문제는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페이스북에 쓰셨다던데 그런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원래 안 되는 것"(이 후보), "말로만 하는 사람과 발로 뛰고 정직하게 구체적인 실현 가능한 계획을 내세우는 후보와의 차이를 여러분께서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원 후보) 등 두 후보 간 신경전은 토론회 내내 이어졌다.
양측은 토론회 방영 전까지 전날 진행된 사전 녹화 현장의 공개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원 후보 측은 당초 공개로 진행 예정이었던 토론회가 이 후보 측 요청으로 비공개로 전환됐고 보도유예(엠바고) 방침도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법정방송토론이 본 방송되기까지 엠바고를 요청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측 "元 조급함만 남은 토론"
원희룡측 "李 말로만 공약했다 자백"
토론회 방영이 끝난 후에도 양측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이 후보 측은 "한마디로 원 후보의 조급함만 남은 토론이었다. 원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와 말 끊기, 억지주장으로 유권자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정책 토론을 유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명백히 허위사실을 유포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특히 토론회 녹화가 끝나자마자 방송이 되기도 전에 보도유예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사실을 왜곡한 것은 원 후보의 무리수였고 선관위에 신고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 후보 측은 "왜 이 후보가 일방적으로 '비공개'와 '엠바고'를 주장했는지 알만한 토론회였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계양에 이해도도 낮은 이 후보가 그동안 한 것이 없고 말로만 공약했다고 자백한 토론회였다"라며 "재개발 재건축을 고민한다면서 어느 아파트에 할 것인지도 모르는 모습은 지역주민들이 확실하게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아무 공약을 내던진 것에 대해서는 토론 내내 보는 사람을 민망하게 했다"며 "뭐했는지를 수차례 물어도 원론적인 말로만 시간을 때우는 것에 대해 한마디로 '계양에 성의없다'(라고 할 수 있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