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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과 언론 시키는 대로 하라


입력 2024.04.15 07:07 수정 2024.04.15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진심 반성으로 지지율 회복하고 소신 펴면 돼

담화 아닌 기자회견이 그 첫 번째 변화

장관-수석들 인사보다 할 말 하도록 해야

말로만 ‘국민’ 찾다가는 더 기회 안 올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검찰은 즉각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


총선이 없었다면, 그리고 여당이 범야권에 10대 빵 수준의 몰패를 당하지 않았다면 조국과 그의 당 사람들의 이런 주장은 한낱 선동으로 무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권력을 쥐었다. 대통령과 행정 기관 대부분(전부가 아니다)만 대선 패배로 넘겨줬을 뿐 사법부 절반, 언론 다수, 사회 각계 거의 전부와 함께 입법부를 또다시 완전히 장악했다.


검찰이 이렇게 조국으로부터 마지막 경고를 받을 때 대통령 윤석열도 국민, 언론, 야당에서 마지막 경고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슨 반성과 쇄신책을 내놓을 것인가?


윤석열은 꼭 6개월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8% 포인트 차 대패 당한 뒤 이렇게 말했었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 (참모들과의 회의)

“민생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당 4역과의 오찬)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 (국민통합위와의 만찬)

그런데... 반성했나? 전혀 안 했다. ‘오만 불통’과 고집, 분노 행태는 더 나빠졌다. ‘범야권 192대 국민의힘 108’ 최악의 성적표를 그래서 받았다.


돌이켜 보자. 강서 보선은 단순히 1개 지역 단체장 선거가 아니었다. 서울이었고, 절체절명 총선을 반년 앞둔 바로미터 예비고사였다.


더구나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을 자기가 사면해 내보냈다가 유권자들에게 호된 뺨을 맞은 선거였다. 그런데도 그는 참패 후 야당과 국민(언론) 대신 참모들, 당 4역, 통합위에게나 형식적인 말을 하고 반성하는 척하고 만 것이다.


이번에도 지난 일주일 동안 언론 보도로 전해지고 있는 그의 반응은 별 차이가 없다. 조짐이 좋지 않다. 또 ‘국민’만 찾다 도로 윤석열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이 크다.


첫째, 왜 기자회견을 그렇게도 무서워하고 싫어하나? 또 담화 형식으로 입장을 밝히겠다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달 10일 취임 3주년에 할 것이어서 이번에 안 한다는 핑계를 댈 생각 말라.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절대 많지 않다. 그가 좋아한다는 노무현은 김대중과 마찬가지로 임기 중 직접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150회 했다. 월 2.5회꼴이다.


총선 전 의료 대란 관련해서 그가 보인 참으로 윤석열다운 모습은 ‘51분 대국민 담화문’이었다. 대통령 담화가 1시간 가까운 길이라는 건 필자가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본 ‘독재자의 장광설’에 다름 아니었다.


윤석열은 그런 사람이다. 자기 생각을 오랫동안 말하고 남들은 그것을 들어주기만 바라는 독선적인 엘리트주의자 말이다. 제발 이번 주 그가 과거의 자신에서 철저히 탈피함으로써 필자의 독설이 무색해지기를 바란다.


그는 비서실장이 대독한 이번 총선 후 입장도 56자에 그쳤다. 이것은 ‘대전은요?’ 박근혜를 조롱 못할 단문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말이 짧고 결단을 내렸어야 했을 의료 사태에는 51분, 진정으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쇄신을 약속하는 말을 해야 할 때는 클리셰(진부한 표현)로 일관한 56자... 이렇게 해서는 또 선거를 치르면 100대 빵이다.


윤석열에게 나와 있는 정답은 하나다. 기자회견을 해서 국민 앞에 정중히 설명하고 기자들의 매를 맞아라.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정무 감각이 더 좋은 비서실장, 수석, 장관 인사는 좋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게 있다. 그들에게 자율적 권한과 범위를 더 넓혀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윤석열 정부 인사들은 말이 없다. 소신도 철학도 농담도 비판도 없다. 왜 이러는가? 윤석열은 이걸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들에게 말할 자유를 주고 화를 덜 내야 한다. 제발 60분 회의하면 50분 혼자 떠들지 말고, 말이다.


윤석열은 정권 교체에 성공한 것 하나만으로도 나라를 구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잘한 일도 한둘이 아니다. 한미일 동맹 복원, 국가 정체성 확립, 탈원전 복구 등의 업적은 나머지 3년은, 막말로 ‘그냥 놀아도 될’ 만큼 만점짜리들이다.


이 크나큰 성취 후 남은 임기를 유유자적하며 마치고 정권 재창출 위업까지 달성하려면 이번 위기를 어떻게든 잘 돌파해야만 한다. 국민과 언론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러면서 지지율을 회복한(현재의 30%대가 부끄럽지 않나?) 다음 서서히 자기 소신을 다시 펴면 되는 것이다. 윤석열이 그것을 굽힐 사람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이처럼 현명한 수(手)를 외면하고 고집스러운 강경책을 고수한다면 그에게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박근혜가 어, 어 하다 탄핵당하고 만 8년 전 역사를 윤석열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아닌가?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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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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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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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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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슛돌이 2024.04.16  04:10
    그동안 안시켜서 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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