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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노쇼' 제2의 권경애 막으려면…중징계가 가장 확실한 방지책" [법조계에 물어보니 392]


입력 2024.04.20 05:57 수정 2024.04.20 09:11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법조계 "'전자 소송 시스템'도 일반인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 있어"

"의뢰인도 변호사에게 사건 위임하더라도…꾸준히 소통하고 사건 팔로우업 해야"

"사전 동의 없는 재판 불출석 금지 넣은 변호사법 개정안, 보여주기식 입법"

"권경애, 재판 불출석으로 사건에 큰 영향 미쳐…손해배상소송 패소 가능성 높아"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패소한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지난해 6월 19일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주원양의 학교폭력 소송에 출석하지 않아 유족을 패소하게 만든 권경애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를 상대로 유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결과가 오는 6월 나온다. 법조계에선 변호사 단체에서 이른바 '노쇼(재판 불출석)' 변호사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자 소송 시스템도 일반인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하고, 의뢰인들 스스로도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하더라도 꾸준히 소통하며 사건을 팔로우업해야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재판장 노한동)은 지난달 26일 박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종결하고 6월 11일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권 변호사는 2016년 이씨가 서울시 교육감과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변호인을 맡았으나 2심에 세 차례 불출석해 원고 패소 판결을 받게 했다. 그러고도 권 변호사는 5개월간 유족에게 패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씨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사건이 공론화되고 민주당에서 '노쇼방지법' 법안을 발의하고, 각종 언론보도도 나왔지만, 정치인들이 법안을 통과시킬 노력을 하지 않았다. 본인들 의정활동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시늉이었던 것"이라며 "변호사 단체에서도 저를 돕기는커녕 변호사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만 한다. 이 단체 회장에게 '노쇼 사건을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사건 발생 1년이 흘렀는데 '생각해보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변호사가 사건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협회 차원에서 개인 신상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다. 피해자분이 겪으셨던 학폭 사건은 민사 소송으로 진행됐을 텐데, 전자 소송으로 진행됐을 것"이라며 "그런데 현재 전자 소송 자체가 시스템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기에 이 점도 일반인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문 변호사는 "또한 변호사들의 경우 법률 대리인에 해당하기에 의뢰인들 본인도 사건에 대한 팔로우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을 맡기더라도 본인 사건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살펴보며 변호사와 계속 소통해야 한다"며 "권 변호사 입장에선 피해자 측과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고 있기에 결과가 나오기 전에 먼저 사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경애 변호사 ⓒ연합뉴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는 "변호사들의 사전 동의 없는 재판 불출석 금지한다는 조항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 즉 노쇼방지법이 국회에 통과됐지만, 계류 중"이라면서도 "현재 협회에서 성실 의무 위반에 대해선 처벌한다는 징계 조항이 있다. 그렇기에 보여주기식 입법으로밖에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권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은 사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자명하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의뢰인에게 사전에 동의를 구한 것도 아니기에 법조인 입장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태도"라며 "권 변호사가 두 번이나 소송에 불출석해 항소심이 취하됐고, 1심이 확정된 상황이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모호한 측면도 있지만, 위자료 형태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기에 권 변호사가 패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혜성 변호사(법무법인 존재)는 "권 변호사에 대한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만 1만여 장 모였다고 하지만, 재판에 영향을 크게 줄 가능성은 낮다. 손해배상 소송은 법리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에서 탄원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신 변호사는 "이 사건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법조인들끼리 이 문제를 쉬쉬하거나 감싸는 등의 행동을 해선 안 된다"며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의뢰인 입장에선 소송에 대한 도움을 받고자 변호사를 선임했을 것이기에 변호사가 최선을 다해 소송에 임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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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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