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좌 동시 신호 점등 안돼 8분간 신호대기 후 좌회전하다 사고
가해 운전자는 황색 신호에 과속…법원 집유 선고
지난해 재량휴업일에 어머니의 택배 배송을 돕던 중학생이 과속·신호위반 차량과 충돌해 숨진 가운데, 당시 현장 신호등이 제때 고쳐졌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6월 5일 오전 중학생 A군은 재량휴업일에 어머니 B씨의 택배 배달일을 돕기 위해 B씨가 운전하는 봉고 1t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가다 강원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로에서 충돌사고를 당해 숨졌다.
교차로에서 광터 방면으로 정상적으로 좌회전하던 B씨의 화물차는 황색신호임에도 제한속도를 시속 18km나 초과한 시속 98km로 문막 방면으로 직진하는 C(65·여)씨의 아반떼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 B씨도 32주간 치료를 해야 하는 상해를 입었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CCTV를 비롯한 영상 감식 결과를 통해 사고 교차로에 설치된 4색 신호등 중 직진 신호 이후 직좌 동시 신호 때 정작 좌회전 신호(←)가 점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B씨의 화물차는 직좌 동시 신호를 두 차례나 거르며 8분가량 정차해 있었고, 세 번째 시도 끝에 정상적으로 좌회전하다 C씨의 신호 위반 차량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좌회전 신호가 정상적으로 점등돼 앞선 두 번의 직좌 신호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경찰은 사고가 나기 사흘 전 관리 주체인 원주시청에 해당 신호등이 고장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고, 시 역시 곧바로 교통신호기 유지 보수업체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점검할 당시에는 고장이라고 판단할 수 없어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한편, 검경 등 수사 기관은 황색신호로 변경됐음에도 제한속도를 위반한 채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고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충돌사고를 일으킨 승용차 운전자 C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C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신호와 제한속도를 위반한 과실로 너무나 중대하고 회복 불가능한 사고가 났다”고 판시했다.
다만 “당시 피해 차량인 B씨의 화물차 진행 방향 신호기의 고장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1심에 앞서 C씨에게 금고 2년을 구형했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사건은 1심으로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