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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울 것 없는 개혁신당, 협력 원하는 국민의힘…양당 관계 설정은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6.05 06:00 수정 2024.06.05 06:0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與, 여소야대 정국 대응 위해 '우군' 필요

"우린 동지" "모든 면에서 연대하자" 손짓

개혁신당, 차별화로 존재감 확보가 우선적

"독자 세력" "보수에 갇힌 정당 아냐" 선 긋기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왼쪽)를 예방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동지'다. 언젠가는 함께 가야 하지 않겠나."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개혁신당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어디에도 더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보수 계열' 정당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양당 관계 설정을 두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1석이라도 더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혁신당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경우에 따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다, 차별화를 꾀하는 독자노선을 통해 존재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인 만큼 어느 한 곳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4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에선 여소야대 상황, 향후 지방선거와 대선 등 '큰 선거'를 앞둔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개혁신당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생각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뿌리'가 같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개혁신당의 초대 당대표인 이준석 의원과 허 대표, 천하람 원내대표 모두 국민의힘 출신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우리는 '동지'"라며 "언젠가는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범야권 중 상대적으로 연대가 가능한 곳은 개혁신당 정도라는 판단도 있다. 군소 정당 중에서도 대여 강경 투쟁을 펼치고 있는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진보 계열 정당과는 달리 개혁신당은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에도 특검에는 찬성하지만, 장외투쟁은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0일 개혁신당을 향해 "모든 면에서 함께 연대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개혁신당에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 중진들도 개혁신당에 손을 내미는 모습이다.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여성판 n번방 사건'과 관련한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의 글을 공유한 뒤 "이 사건을 바라보는 허 대표 시각에 100% 동의한다"고 힘을 실었다. 윤상현 의원도 "이준석·천하람의 당선 및 허은아 당대표 선출을 보면서 왜 이들이 국민의힘을 떠나 정치적으로 더 성장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보수 계열'로 국민의힘과 같이 묶이는 것부터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개혁신당이 국민의힘과 민주당 어디에도 더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독자 세력으로서 우리가 생각하는 옳은 길을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천 원내대표는 최근 보도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보수 정당이라는 표현을 별로 안 좋아한다. 전략적으로도 보수 정당이라는 표현이 좋지 않은 게 '국민의힘 2중대' 느낌을 준다"며 "많은 부분에서 중도보수 성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 당에는 민주당 출신인 이원욱·조응천·양향자도 있다. 그분들은 온건한 진보 정치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보수 스펙트럼에 갇힌 정당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4·10 총선 당시 개혁신당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관계 설정에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며 "개혁신당이 국민의힘과 영합하거나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자기 생명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개혁신당에 제발 '보수라는 말을 강조하지 말라'고 했다"며 "막연하게 우리는 진짜 보수, 범보수다 이런 슬로건을 내세우면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허은아 개혁신당 신임 당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천하람 만남서도 '온도차' 감지
秋 "같은 당 생활" "생각 유사할 것"
千 "與, 대통령과만 소통 말고 야당과도"


이런 양당의 온도차는 이날 국민의힘 추경호·개혁신당 천 원내대표 만남에서도 감지됐다. 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채상병 특검법 및 원 구성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추 원내대표는 천 원내대표와 자신이 '같은 뿌리'였음을 강조하면서 협조를 당부했다.


추 원내대표는 "천 원내대표는 우리와 같은 당 생활도 했고, 의정활동하면서 지켜보면 젊은 정치인으로서 정말 탐나는, 오래 함께 정치를 같이하고 싶은 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여러 상황 변화 때문에 천 의원은 개혁신당 원내대표로, 나는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있지만 앞으로 얼굴 맞대고 상의하면 일부 지점은 각자 당 입장에 따라 견해차가 있을 수 있지만 많은 부분은 생각이 유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확신한다"며 "국민의힘과 대화하면 같이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천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법부 존중을 요청하면서, 채상병 특검법 대안을 예고하며 국민의힘에 협조를 구했다. '국민의힘의 2중대'라는 평가를 떨쳐내고 이슈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천 원내대표는 "최근에 대통령께서 보낸 난을 버리느니 마느니 가지고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나는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과 국회란 헌법기관 사이에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기관 대 기관의 상호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난에 물을 주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상호존중이란 것이 대통령께서 입법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도 나타났으면 좋겠다"며 "여당에서도 너무 대통령하고만 똘똘 뭉치지 마시고 입법부 일원으로서 야당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똘똘 뭉치는 모습들 보여주신다면 국민 보시기에 훨씬 좋은 국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바깥에서 보면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굳이 거부권이 남발되지 않아도 될 부분들에 있어서 입법부의 권위가 부정되고, 거부권이 남발되는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며 "나는 개혁신당이 적극적으로 거부권 행사된 법안들, 특히 간호법 같이 이견이 별로 크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절충안 내지는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천 원내대표는 "특히 무엇보다도 개혁신당이 앞장서서 국민의힘에서도 거부하기 어려운 해병대원 특검법 대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며 "추 원내대표께서 워낙 합리적이시고 국민의힘에서도 합리적이고 열려있는 소장파 정치인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특검법을 함께 논의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데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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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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