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김훈환 골프장경영협회 부회장 “골프 대중화 이뤄지려면” [인터뷰]


입력 2024.06.14 07:40 수정 2024.06.14 07:4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과도한 규제 대신 시장 경제 흐름에 맡겨야

다양성 갖춘 골프장 건설 골프 대중화 지름길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네 번째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집계에서 제외된 미국이 사실상 1위이며, 일본이 810만 명으로 2위, 캐나다가 560만 명, 그리고 535만 명의 한국이 뒤를 이었다. 이는 골프의 발상지인 영국(340만 명)보다 많은 수치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이하 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한국의 골프 인구가 일본을 앞질렀다는 통계도 있다. 자연스레 골프 대중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내장객들이 몰려들자 전국 골프장들은 일제히 가격을 올리며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그러자 정부가 나서 규제 법안들을 내놓았다.


이후 하늘길이 열리며 골퍼들의 선택지가 늘어났고 특히 골프붐을 주도했던 2030 세대가 빠져나갔다. 올해 4월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이용객은 전년 대비 5.7%나 감소했다.


골프 대중화라는 말은 쏙 들어갔고 한 번 올라간 그린피는 일부 지방 골프장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현재 한국 골프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골프의 대중화가 이뤄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김훈환 상근 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김훈환 부회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전국의 골프장들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릴 때, 부회장께선 당시 상황이 사상누각이라며 오히려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김훈환 부회장(이하 김 부회장) : 코로나19 당시 국내 골프장들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골프장들이 가격을 올렸고, 여론이 안 좋아지자 정부서 규제 입법들을 내놓았다. 사실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였고, 그래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골프 시장도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당시 만들어진 시행령이나 법안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Q : 일반 골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무래도 그린피 등 가격이다. 특히 코로나19 때 치솟았던 그린피가 인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부회장 : 수도권은 여전히 부킹이 어려울 정도로 골프장 이용객 수가 많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내장객이 줄어든 제주나 호남 지역 일부 골프장은 이미 그린피를 인하했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최근 들어 모든 산업군에서 물가가 상승한 측면도 봐야 한다. 골프장 또한 인건비와 자재 등 여러 부대비용을 지출하는 곳으로 물가의 영향을 받는다. 이를 감안해 가격을 낮출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 많은 골프장들이 적자 경영을 해왔는데 일반인들은 이런 부분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Q : 코로나19 때에 비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골프는 여전히 국내에서 손꼽히는 인기 스포츠다. 프로 골퍼들이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고, 많은 이들이 골프를 보는 것도 즐기고, 하는 것도 즐긴다.


김 부회장 : 맞는 말이다. 한국인의 골프 DNA가 좀 남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연간 골프 이용객(2023년 총 4772만여 명)이 우리 인구와 맞먹을 정도다. 인구에 비해 국토가 넓지 않은 한국에서는 대자연에 대한 동경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골프는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또한 골프는 친목 또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에 아주 알맞다. 여기에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커지면서 골프 산업과 인기도 이와 비례해 성장했다.



Q : 코로나19 당시 MZ 세대 등 젊은 층으로부터 골프 인기가 대단했다. 이들이 곧 잠재적 수요층인데 지금은 많이 빠져나간 것도 사실이다. 결국 골프장 비용 등 문턱이 높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 부회장 : 한때였더라도 젊은 층의 유입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라 본다. 지금은 골프채를 손에서 놨지만 언제든 다시 골프장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치려면 결국 골프장의 문턱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골프 강국, 10대 경제 대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라고 하는데 여전히 골프장이 모자라다. 값비싼 고급 골프장은 그대로 가되,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골프장을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김훈환 부회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부회장님 말씀대로 지방에 공공 골프장을 많이 지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또 다른 이야기다. 무엇보다 골프장을 지을 땅이 부족하지 않나.


김 부회장 : 그렇다. 골프장 하나를 짓는데 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가지만 정부의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산림녹화 사업 때 심어진 50년 된 나무가 40% 이상 있으면 그곳은 골프장을 지을 수 없다. 또한 수도권과 충청도 위쪽 역시 골프장을 만들 환경이 아니다. 그런 곳에 짓자는 말이 아니다. 사용하지 않는 매립지도 좋고, 폐광을 골프장으로도 만들 수 있다.


골프장이라고 해서 꼭 고급일 필요는 없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녀야 보다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 중인 에콜리안 골프장(9홀) 5개소가 대표적이다. 광주광역시와 강원 정선, 충북 제천, 전남 영광, 경남 거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런 골프장들이 많이 지어져서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Q : 아직까지도 ‘골프’하면 사치 종목으로 바라보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이제는 골프장들도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김 부회장 : 경기도 파주의 서원 밸리를 꼽을 수 있다. 매년 5월 그린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는데 최등규 회장의 의지가 정말 대단하다. 사실 골프장은 코스 관리, 즉 잔디가 생명인데 코스 위에 무대를 설치해 공연을 하고, 몇 개 홀은 주차장으로 만들어 차가 들어온다. 이런 부분들을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존경할 만하다.


이 외에도 많은 골프장들이 기부 활동을 이어나간다. 재산세 등 골프장들이 내는 세금은 오롯이 해당 지자체로 들어간다. 이것만으로도 지방 경제에 큰 기여를 하는데 더 나아가 연말이면 기부 활동도 펼친다. 또한 제주 지역 골프장들이 손을 잡고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꼽을 수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김훈환 부회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골프장이 자연 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부회장 : 그렇지 않다. 농약만 하더라도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는 곳은 이제 없다 해도 무방하다. 지금은 저독성 농약을 쓰고, 심지어 미생물 제재를 통해 잔디를 관리한다. 벼농사나 밭농사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인식 개선을 위해 친환경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관리할까를 고민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산하 잔디연구소 역시 이와 관련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SG 경영에 앞장서는 분야가 바로 골프장이다.


오히려 환경을 보호하는 곳이 골프장이기도 하다. 황무지를 그냥 두는 것보다 골프장으로 만들어 잘 관리하면 그게 더 환경을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자연 파괴가 아닌, 개발을 통한 자연 보호다. 요새 골프장 근처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골프장 뷰라고 해서 오히려 주민들이 더 좋아하고 아파트 가격도 올라간다. 골프장이 환경을 파괴했다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Q : 2019년 부회장에 선임됐고 연임을 거쳐 지금까지 5년간 골프장경영협회에 몸담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인데 재임 기간 가장 보람됐던 일은?


김 부회장 :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대외적으로 많은 규제 법안들이 만들어졌다. 골프장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규제 입법을 다 막지 못했지만, 진행되는 과정에서 골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내고 순발력 있게 대응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회원사들과 소통하고 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대처한 것에 기여를 했다.


대내적으로는 지역 간 소통이다. 골프장경영협회는 전국 8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지역 간 소통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그래서 총회나 미팅 등을 통해 좋은 점이 있으면 서로 벤치마킹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Q : 그렇다면 현재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안이라던가,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김 부회장 : 코로나19 때 만들어진 시행령들 중 바로잡아야 할 부분들이 있다. 관련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인데 꼭 고쳤으면 한다. 더 나아가 골프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 한국의 골프 시장은 미국, 일본과 함께 전 세계 ‘빅3’로 분류된다. 우리나라가 매우 큰 골프 시장인데 발전을 저해하는 많은 규제들이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골프 산업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물길을 열고 밀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 오랜 기간 골프계에 몸담고 있다. 나에게 ‘골프’란 무엇인가.


김 부회장 : 골프를 아주 잘 치지는 못한다. 하지만 골프가 갖고 있는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교, 건강, 힐링까지 선사하고, 골프장에 나와 골프를 치면 유쾌한 분위기 속에 행복을 느낀다. 나에게 골프란 아름다운 생활이자 일상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김훈환 부회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