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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피눈물 흘리게 한 전세사기…고작 징역 15년?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4.06.19 07:09 수정 2024.06.19 07:09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임차인 355명에게 800억 가로챈 전세사기범, 고작 징역 15년 선고…재판부 "입법상 한계 있어"

전세사기, 법정 최고형에 대한 개정안 발의됐지만 21대 국회서 처리 못 해 폐기

전세사기, 경제적 살인이자 사회적 재난…양형 기준 높이지 않으면 n번째 빌라왕 등장할 것

'입법상 한계'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 안 돼…하루빨리 사기죄 양형기준 강화해야

지난해 12월 5일 전세사기 피해자 220여명이 대전 서구 대전시청 잔디광장에서 정부의 과실 인정 요구와 배상을 촉구하며 정부와 대전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현행법상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이 징역 15년이기에 입법상 한계에 따라 이같이 같이 선고할 수밖에 없다"


임차인 수백명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 주범이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임차인 총 355명에게 전세 보증금 800억원을 가로채 갔지만, '경제적 살인'을 저지른 대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가는라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재판부도 이날 선고에서 이례적으로 '입법상 한계'를 거론하며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입법상 한계'를 언급한 이유는 전세사기 사건은 현재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최대가 징역 10년이다. 전세사기 사건처럼 피해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경합범 가중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을 가중할 수 있지만, 그 마저도 법정 최고형은 징역 15년에 그친다. 즉, 피해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가해자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를 사법부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세사기는 주거 취약계층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중대범죄다. 피해자들은 보금자리와 전세금을 모두 잃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된다. 실제로 전세사기로 일상이 무너진 일부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반면, 가해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대형로펌 변호사를 선임하는가 하면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몇 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와 아무렇지 않게 풍족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피해자들은 수십년을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가해자는 죄에 대한 책임을 다하면 끝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전세사기범의 강력한 처벌과 형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사기에 대한 양형 기준은 변하지 않고 있다. 앞서 검찰은 대규모 전세사기 등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사기 범죄의 피해액을 합산해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입법 요청한 바 있다.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피해자별 피해액이 5억원을 초과해야만 가중 처벌할 수 있어 소액 피해자가 많은 전세 사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발의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전세사기는 단순한 경제범죄가 아니다. 경제적 살인에 해당하는 악질 범죄이자 사회적 재난이다. 전세사기범들에게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 물론 엄한 처벌을 내린다고 사기 범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손을 놓고 있는다면 훗날 또 다시 n번째 '빌라왕 사건',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판사가 '입법상 한계'를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상황이 반복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더 이상 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루빨리 사기죄의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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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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