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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원한 文정부…바이든 재선 바라는 尹정부?


입력 2024.07.02 05:00 수정 2024.07.02 10:4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윤 정부, 바이든 연임·트럼프 재선

'모든 가능성' 대비한다는 입장

(오른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기 백악관을 누가 차지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정책 기조가 확연히 다른 만큼,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적잖을 전망이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바이든 행정부와 손발을 맞추며 대외정책 싱크로율을 높여왔다.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과학기술 등 전방위 협력을 약속한 한미는 각종 협의체를 꾸려 관련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윤-바이든 동행'이 지속될 경우 정책 연속성이 담보돼 안정적 동맹관계가 이어질 거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윤 정부는 최근 TV토론 여파 등으로 미국 여론이 심상치 않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진행된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다는 평가가 이어짐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뉴시스

사실 한국 정부는 4년 전 미 대선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손발을 맞추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사실상 올인했다. 하노이 노딜로 주춤했던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 재선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당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힘을 얻지 못했다.


문 정부 바람과 달리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패배했다. 이에 문 정부는 '전통적으로 한미 민주당은 통한다'며 부랴부랴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한반도 정책을 일부 계승토록 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이르진 못했다.


"바이든 연임시 충격 없을 것
트럼프 재선시 주한미군 철수
김정은과 협상 재시도할 수도"


윤 정부는 문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윤 정부는 바이든 연임, 트럼프 재선을 모두 염두에 두고 관련 TF를 꾸려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다만 기존 합의에 따라 경로 의존성을 보일 바이든 대통령보단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대비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관련 맥락에서 윤 정부는 핵협의그룹(NCG) 등 바이든 행정부와 도출한 주요 성과를 제도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한미 합의 사항이 불가역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물밑 접촉에 무게를 두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하경석 국가안본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미 대선에 따른 한국의 안보리스크 및 대응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윤 정부 국가안보전략은 미국 현(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전략과 결을 같이한다"며 "바이든 재선 시 큰 변동이나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에는 △동맹국과의 거래적 관계 압박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 △북한과 탑다운 형식의 담판 재시도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공개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의 아시아 파트너들은 트럼프에 대해 충분히 걱정하지 않는다'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역사적 동맹국들을 파트너가 아닌 무역 적대국으로 취급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같은 독재적·적대적 지도자들과 친구가 되려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文, 변호사처럼 트럼프에 접근
트럼프 거래적 성격 이해해야"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사안을 직관적·거래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 착안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의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래적 성격을 한국도 이제 이해한다고 본다"며 "문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변호사적인 방법으로 접근했고, 변호사가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듯한 방식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긴다면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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