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文 예방 후 '민주당의 적자' 부각
李, 비공개 오찬으로 '신중한 행보’
'정치적 존립' vs 신경전보다 '대권'
박지원 "李 연임 후 중도적 노선" 예측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내세우며 연일 '적자(嫡子)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당의 비전과 방향성을 강조하며 '민주주의와 서민의 삶'을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보와 지지층 향수를 끌어오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무난한 비공개 행보로 출마 선언 이튿날을 보냈다. 두 후보의 대비되는 모습에는 입지에 따른 속도와 전략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대표 후보자 중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한 김두관 후보는 11일 오전 11시께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찾았다. 김 후보는 문 전 대통령에게 "지난 4월 총선에서 패배해서 죄송하다"며 미안함을 전했고, 문 전 대통령은 "건강은 회복했느냐"고 인사했다.
20분 정도 진행된 환담에서 문 전 대통령은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 민주당이 경쟁이 있어야 역동성을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 후보 출마가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김 후보는 자신이 '민주당의 적자'임을 부각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그는 방명록에 "더불어민주당의 민주를 지켜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후보자 김두관"이라고 적었다.
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당을 다양성이 있고, 소수 목소리도 경청하는 당으로 만들겠다"며 '다양성'과 '정통성'을 강조했다. 출마 선언을 한 세종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균형발전 정신이 깃든 장소라는 점에 주안점을 뒀다.
김 후보가 연일 이런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이번 경선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이 많다. 친명(친이재명계) 체제가 견고해지며 당 내외 비명계(비이재명계)를 향한 목마름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역할을 맡아 향후 입지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김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1인 정당 체제'라며 적극적으로 각을 세우는 상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후보가 지난 총선 양산을에서 정말 아깝게 떨어지지 않았느냐. 지지세가 약해지고 힘들어지고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치적 활로를 찾는 것 같다"며 "너무나 당연하게 이재명 전 대표가 연임하게 두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또다른 민주당의 대안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는) 이 전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의한 문제가 생기면 그 때는 우리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대안이 되겠다, 이 정당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출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예정했던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비공개 오찬을 진행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당내 경선보다 대권 도전이라는 정치 목표를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가 이번 당대표 선출 과정에 '정치적 존립'을 걸었다면 이 후보의 경우 이번 전당대회를 대권 가도의 초석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출마 선언에서도 이같은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 후보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바로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며 민생 실용 노선을 전면에 세웠다. 불필요한 신경전보다 중도층에 호소할 수 있는 거대담론에 집중했다는 평이다.
5선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민주당의 절대적 과제인 정권교체를 위해 외연 확장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대표직 연임을 하게 된다면 민주당도 종부세는 물론 상속세·금투세 문제에 있어 더 중도적인 노선으로 옮겨가지 않겠느냐"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