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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게 없으니 갑질이라도" "신상 폭로할 것"…협박메시지 20대 무죄, 왜? [디케의 눈물 263]


입력 2024.07.23 05:06 수정 2024.07.23 05:06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피고인, 전 직장상사에게 "우리 쪽팔리게는 살지 맙시다" 등 문자 보내…1·2심 무죄

법조계 "생명·재산·명예 등 구체적 해악 고지해 상대방 공포심 느껴야…해악 고지 애매해"

"재판부, 당사자 간 관계 및 대화 내용 고려해 무죄 판결…특별한 사정 없이 신상 폭로 협박은 협박죄"

"무분별한 신상공개 피해자 늘고 있지만 마땅한 처벌규정 없어…사회·문화 달라졌으니 법 개정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상사에게 유튜브에 신상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2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협박죄는 생명, 재산, 명예 등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해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껴야 성립된다며 '배운 게 없으니 갑질이라도 해야지', '신상을 폭로하겠다' 등 메시지는 해악의 고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당사자들의 관계 및 대화 내용을 종합해 내린 판결이라며 특별한 사정 없이 신상 폭로 협박을 하게되면 협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최근 협박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1월 1일 전 직장 상사 B(44)씨에게 "나이를 먹어도 배운 게 없으니 갑질이라도 해야지요", "우리 쪽팔리게는 살지 맙시다"라며 유튜브에 신상을 폭로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와 갈등을 겪다 2022년 1월 퇴사한 뒤 자신이 일하는 카페로 B씨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A씨가 보낸 메시지의 주된 내용이 B씨를 비아냥거리는 것이고, 어떠한 해악을 가하겠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은 점을 근거로 무죄로 판단했다. 또 B씨가 심리적인 불안감을 넘어 공포심을 느낄 정도로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사실오인이나 법리 오해의 위법은 없다"며 기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협박죄에서 협박이란 상대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생명, 재산, 명예 등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해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껴야 한다"며 "본안에서 피고인이 '나이를 먹어도 배운 게 없으니 갑질이라도 해야지요' 등의 말과 함께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것만으로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는 애매해 보인다. 이에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유튜브에 신상을 폭로했을 때 B씨 명예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고인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평소 갑질을 해 왔다'라는 내용이 전부"라며 "검찰이 갑질의 자세한 내용을 담아 기소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누가 보더라도 상대방에게 타격이 될 만한 내용을 폭로한 것이라면 협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수 변호사(법무법인 우면)는 "재판부는 당사자 간 대화 내용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무죄 판결을 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관계, 대화 내용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다만, 이 사안만으로 유튜브 등 인터넷에 신상정보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 경우 협박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최근 사이버레커 등의 위법적인 신상공개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고 신상공개를 빌미로 협박, 공갈 등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신상공개 등으로 범죄자뿐만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한다"며 "유사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고 엄벌을 처할 필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신상공개를 빌미로 협박, 공갈 등의 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단순히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어느 정도까지 공개하는 것이 위법적인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기준이 없다. 이에 관한 명시적인 처벌규정 또한 없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달라진 사회와 문화에 따라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신상공개 등을 통해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하여 형사적 처벌뿐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도 규정돼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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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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