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과수 합동감식팀, 배터리 중심으로 화재 원인 조사
벤츠 독일 본사와 한국 지사에서도 조사 인력 6명 현장투입
8일 인천시 서구 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지난 1일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발화점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에 대한 감식이 진행됐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뤄진 합동 감식팀은 화물차에 실린 차량을 지게차로 들어 올린 뒤 배터리가 들어 있는 차체 하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어 정비소 안쪽으로 차량을 옮겨 배터리팩을 비롯한 주요 부품을 분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조사관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차량 구석구석을 살폈다. 앞서 합동 감식팀은 지난 5일 1차 감식에서 부품을 수거하려 했으나 위험성이 제기돼 작업을 보류했다가 이날 재개했다.
이날 합동 감식에는 국과수와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인천소방본부 화재 조사팀 등 관련 기관 2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차량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와 벤츠코리아 측에서도 조사 인력 6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불이 난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으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일반 주차구역에 있던 이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합동 감식팀은 주요 부품을 최대한 확보한 뒤 정밀 분석을 거쳐 화재 관련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감식에 참여한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체적인 훼손 정도가 심해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쉽진 않을 수 있다"며 "공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도록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