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李 최고위원 경선 개입, 열받아"
박원석 '전언'發 '이재명 비판' 논란
김두관 때보다 더 큰 항의 빗발치고
"내려와라" "사퇴해라" 곳곳 외침
11일 오후 대전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대전·세종 경선은 22대 총선에서 7석 모두를 석권했던 당의 강세 지역 '대전'에서 열린 만큼 축제를 방불케 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민주당 추산 장내·외에 1500명가량의 인파가 모여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에게 열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최고위원 당선권인 5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이언주 후보와, 8위를 기록 중이나 씩씩하게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강선우 후보를 응원하는 외침을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경선이 끝나고도 두 후보의 이름을 한참 동안 계속해 외쳤다.
초반 연설장에 입장하면서는, 한준호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걸음 걸음마다 발길을 잡혔다. 한준호 후보는 당선권을 지키고 있지만, 남아있는 지역 순회 경선은 '서울'이다. 단 한 곳의 파고만을 넘으면 되는데,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 대부분이 서울·경기를 주력 정치 무대로 하고 있어 안심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의식의 반영인지 곳곳에선 '7번, 한 표만'을 외치는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이번에 지역 순회 경선이 열리는 배재대 스포렉스홀 앞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이들도 한준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한 후보는 명심을 업고 있으나, 최고위원 순위 상위권에는 자리하고 있지 않다. 이날 경선 결과까지 합산한 결과 한 후보는 누적 득표 4위를 기록 중이다.
연설장 앞 한쪽에서는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기다리는 듯한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의 모습도 보였다. 이재명 후보와 김민석 후보의 지지 피켓이 섞여 있었고, 인파도 꽤 모여있는 모습이었다.
연설이 시작되자 사회자는 "과도한 비난과 욕설을 삼가달라"라고 요청했다. 초반에는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 모두 손을 맞잡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준비된 식순을 이어갔다. 한 명 한 명 호명을 할 때도, 함성의 크기만 달랐을 뿐 이때까지는 축제의 장이 이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중간중간 8위 강선우 후보와 당선권에 혹여 들지 못할까 우려되는 이언주 후보의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들이 크게 들렸다. 김두관 당대표 후보에게도,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에게도 초반에는 '환호성'이 더욱 컸던 상황이었다.
이어 이들은 이재명 후보의 4·10 총선 당시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민생우선, 경제회복'이란 손피켓도 들고 무대에 등장해 관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화합'을 지향하는 것 같았던, '원팀'을 강조하는 듯해 보였던 분위기는 금세 반전됐다.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을 굳혀가는 이 후보의 연설에서는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났다. 반면 경쟁자인 김두관 후보의 연설 때는 긴장감이 가득한 것이 프레스석까지 체감됐다.
권리당원이 아닌 대의원 표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는 김두관 후보는 "내가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정말 대의원들이 100% 찍어주면 내가 당대표가 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관중석에선 "예"라는 외침 속에 "아니요!"라는 외침이 공존했다.
김 후보가 이 후보의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완화 언급 등 '우클릭' 행보를 지적하며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는 본격적인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외침들이 곳곳에서 나왔고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일부 당원들의 항의가 매우 거세지면서 연설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어 김지수 당대표 후보의 연설 차례가 되자 어디선가 "2번(김두관)보다 낫다! 김지수! 김지수!" "김지수 파이팅!"이란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집권을 강조한 김민석·김병주 최고위원 후보에게는 귀가 아프게 느껴질 정도의 함성이 쏟아졌다. 김민석·김병주 후보는 이날 열린 대전과 세종 경선에서 모두 나란히 '지역' 1·2위를 차지했다.
반면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의 연설은 아예 처음부터 야유와 비난 속에서 시작됐다. 시작과 동시에 환호와 야유가 섞여서 들렸지만, 이내 비난의 목소리들이 환호성을 잠식해 버렸다.
정 후보의 연설 때는 김 후보의 연설 때보다 더욱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정 후보가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정치적 시련도 많았다"라고 토로하자 "많이 부족해!"라는 조롱성 화답이 이어졌다. 특히 당원들에게 "내 손을 잡아달라"라고 하자 장내는 크게 웅성거렸다. 뒤쪽에선 현장 경호원들이 당원들을 제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사퇴하라' '내려오라'는 외침도 곳곳을 메웠다.
정 후보는 "온갖 갈라치기가 난무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거짓 흑색선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동지들 모함이 아파도 너무 아프다. 정봉주의 살아온 역사, 있는 그대로의 정봉주의 투쟁의 삶을 봐달라. 민주당과 함께했던 처절한 역사, 그 정치 역사를 봐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야유는 멈추지 않았다.
대전·세종 일정을 마친 직후 정 후보는 "내일(12일)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회견에서는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관련한 '발언 논란'에 대해 해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후보 측은 통상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장소인 국회 소통관이 아닌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하겠다고 알렸다.
앞서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8일 SBS라디오 정치쇼 '본방불가' 유튜브 방송에서 정 후보와 나눈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박 전 의원은 "당원들에게 강하게 호소도 했는데 그보다 본인은 훨씬 더 격앙돼 있다. 지금 이재명 전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에 대해 상당히 열이 받아 있다"고 전했다.
박 전 의원은 "정 후보가 '다섯 명 안에만 들어가면 된다.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제다. 두고 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라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조금의 비판도 못 참는다. 행정가 출신이라서 그렇다. 제왕적인 권한을 행사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며 "표본이 윤석열이다. 최고위원회에 두세 명 자기 사람 넣어서 소꿉놀이 하면 또 (대선에서) 진다. 대통령이 못된다. 이런 얘기가 (정 후보가 비공식 석상에서 했다고)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일각에선 원외에서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쏟진 못할 망정, 총구를 내부로 돌렸다며 정 후보를 향한 비토 정서를 대대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상태다.
정 후보는 순회경선 초반 1위로 치고 나갔으나, 17개 시·도 중 16곳의 순회 경선이 끝난 현재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누적득표율 기준 2위를 기록 중이다. 최고위원 '누적'투표율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18.03%, 정봉주 후보가 15.63%로 각각 1위와 2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