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면 질소 가스가 나와 5분 내로 사망하는 '조력사망 기기'가 현행법 위반 논란 속에 스위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그러나 해당 기계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면서 사망 관련 제보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관련자들을 체포하면서 사태가 복잡해졌다.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샤프하우젠주(州) 경찰은 자살 조력 캡슐 기기인 '사르코'(Sarco)를 이용한 사람이 법에 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목숨을 끊도록 방조·선동한 혐의로 사르코 판매·운영 관련자 여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자살 지원 사업체인 '더 라스트 리조트'(The last resort)가 지난 7월 스위스에서 선보인 사르코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 누울 정도 크기의 캡슐로, 기기를 닫고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뿜어져 나와 5분 내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사르코를 이용한 사람은 미국 중서부 출신 64세 여성이다. 이 여성의 조력 자살은 전날 오후 샤프하우젠주의 한 숲속 오두막집에서 사용 승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인 더 라스트 리조트의 공동 회장인 플로리안 윌렛은 성명을 통해 "여성은 평화롭고, 빠르고, 품위 있게 사망했다"고 전했다.
조력사망은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직접 약물 투여 등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인이 약물을 처방하되 환자 스스로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 구분된다.
스위스는 조력사망 허용국이다. 지난해에도 1200여명이 조력사망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는 2주 간격으로 최소 2번의 심층 상담을 거쳐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할지를 정해야 한다.
이런 스위스도 사르코에 대해서는 판매·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지난 7월 사르코 공개 행사가 열린 뒤 이 제품의 사용·판매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해석을 내렸다. 사르코가 안전 관련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고 질소 사용을 규정한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샤프하우젠주 검찰은 검거된 이들을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