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 야권 후보 분열 가시화에
영광서는 양강구도로 긴장감 고조
"현재 1당 체제, 民 견제할 수밖에"
"호남 지역, 어쨌거나 야권의 기반"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면 충돌하면서, 재보선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 간의 정치적 지위 변화가 뒤따를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남 영광에서 민주당과 혁신당 간 양강 구도가 펼쳐짐에 따라, 민주당의 견제 역시 한층 고조되는 모양새다.
'민주진영' 전체의 승리를 강조하고 있는 혁신당과 달리 민주당은 '자당의 승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양당이 지난 4·10 총선 때 합심하며 거야 독주체제를 굳혔던 것이 불과 5개월 전이나, 현재는 우당(友黨)이란 개념이 오 간 데 없이 기싸움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재보선 신경전을 계기로 혁신당과 민주당의 동맹 전선에 균열이 가는 모습이다. 혁신당은 총선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쇄빙선'을 내세우며 민주당과 함께 범야권 의석을 확보해 힘을 키웠다. 하지만 반년도 안된 사이 각 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진두지휘하는 첫 선거에서 혁신당이 민주당의 '안방'까지 넘보는 모양새라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10·16 재보선은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 △전남 곡성군수 등 기초단체장 4명을 뽑는다. 규모가 크지 않은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혁신당이 '월세살이' 선거전까지 불사함에 따라 선거 주목도도 연일 높아지는 상황이다.
혁신당은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곳 중 한 곳인 인천 강화에선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히며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또다른 여당의 텃밭인 부산 금정은 상황이 다르다. 조국 대표 본인의 연고가 PK(부산·울산·경남)인 점도 있어 강화처럼 쉽사리 접어줄 수 없는 국면이다. 이 때문에 야권 후보를 단일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현재로선 누구로 단일화할지와 방식 등을 둘러싼 신경전만 첨예하다. 재보선 후보 등록이 지난 27일 마감된 가운데, 양당은 이번 주말까지도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에 관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정구청장 보선과 관련, 혁신당을 향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라고 거듭 압박했다. 민주당이 말하는 '단일화'란 류제성 혁신당 후보의 후보 등록 포기 및 사퇴를 통한 김경지 민주당 후보로의 단일화를 뜻한다.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도 국회에서 '맞불' 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이 최근 (혁신당 후보) 사퇴에 의한 단일화를 요구했다. 단일화의 문 안으로 들어올지 계속 밖에서 무리한 요구를 할지는 민주당이 결단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사퇴에 의한 단일화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과는 경쟁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공정한 경쟁을 하겠단 게 재보선 정국에서 혁신당이 갖고 있는 기조다.
황 총장은 "류 후보가 '더 이상 단일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라는 성명을 냈다"며 "중앙당은 그 입장을 충분히 존중한다. 민주당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부산에서 단일화를 놓고 옥신각신이 이어지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후보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전남 영광·곡성군수 자리를 두고서는 양당이 '맹주' 싸움을 벌이며 정면 충돌로 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전남 영광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출신인 장현 혁신당 영광군수 후보를 저격하는 발언을 했다. 이재명 대표는 "보통 재·보궐선거는 중앙당이든 도당이든 일방적으로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국민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서 국민들의 뜻에 맞는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부 후보는 경쟁 자체가 싫다, 내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적다, 이렇게 생각해서일지는 몰라도 이 경쟁 체제를 벗어났다. 이런 식으로 하면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가 없다. 이 점에 대해서도 국민들께서 판단을 좀 해주십사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영광으로 향하는 길에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에서도 이번 재보선의 의미에 대해 "2기 민주당 지도부를 맡아서 첫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만약에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에 위기를 들고 올 수 있다"고 의도적인 긴장감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영광에서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와 장현 혁신당 후보가 '전현 민주당 출신' 인사들 간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등이 통과된 가운데, 의결정족수에는 문제가 없었음에도 혁신당의 일부 지도부 인사가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보궐선거 지원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던 것을 트집 잡았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가적 중대시기에 국민적 관심사의 국회 의결에 빠지는 소탐대실은 엄히 비판받아야 한다. 무엇이 중한지를 가리는 감각도, 왜 비판받는지를 성찰하는 염치조차 잃었다면 이미 고인 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혁신당을 저격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혁신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광폭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재보선을 앞두고 호남 한달살이를 하고 있는 조국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역에서 호남 출신 참모진과 산책을 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조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지역에서의 일상과 선거운동 모습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날 게시물에선 "다들 '신생영세정당'을 꾸리는데 헌신하고 있는데 감사할 따름"이라며 "돈과 사람은 부족해도 혁신을 이루겠다는 결기와 의지만큼은 하늘을 찌른다"는 의지도 다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재 상황에서 단일화 협상 상황에 급진전이 있는 등의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강화와 부산 금정, 전남 영광과 곡성 각 2곳씩을 보수와 진보 진영이 나눠가질 것이란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는 판세를 예측하기 힘들어진 '영광 선거'의 성패가 가장 관건으로 부상한 상황으로, 패배 시 작게는 '민주당의 경고음'이란 평가부터 크게는 '정통성에 대한 의구심'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앞으로 민주당이 더 못하면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혁신당과 싸워야 되는 상황이 생길 것이고, 더 나아가 '수도권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싸울 때 혁신당 후보가 나오면 민주당 후보가 떨어지겠네'라는 이럴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진짜 경고음으로 들을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도 "영광에서 선거 결과에 따라 양당의 정치적 지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병천 소장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호남 1당 체제 독주 체제인데 이제 영광에서 패배할 경우 호남을 분점하게 된다"며 "민주당은 당연히 세게 견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에 대한 경고음 차원을 넘어 호남에서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통성과 관련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까지 우려했다.
신율 교수는 "둘 중에 한 군데만 (승리)하면 이재명 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면 호남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통성이 의문을 갖게 된 꼴"이라며 "한 군데라도 혁신당이 가져가게 되면 얘기는 복잡해진다. 호남이 어쨌거나 야권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혁신당은 다음달 1~2일, 이틀간 재보궐선거 지역 중심으로 정책홍보를 위한 '꾹다방'을 운영할 예정이다. '꾹' 다방은 조'국' 대표 이름에서 따온 애칭이다. 조국 대표는 꾹다방을 찾은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차를 대접하며 혁신당이 추진할 국민효도 정책 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재명 지도부의 직전 수석최고위원이었던 정청래 의원은 여기에 맞대응해 "내일(30일) 아침 일찍 또 영광에 간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조국 대표의 한달살이를 비판하면서 "나는 월세살이를 하지 않고 KTX로 간다. 국회 법사위, 본회의 없는 날이면 거의 영광에서 살다시피 하겠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기 위하여 빈틈없이 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