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 시술을 받다 동맥이 손상돼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23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2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이중 턱 지방흡입과 실리프팅 시술을 받았다.
A씨는 "병원 의사가 동시에 하는 것을 추천해서 같이 진행했다"며 "근데 병원 건물에 있는 약국에 가는데 얼굴이 터질 듯이 아프고 심하게 부어서 시술 직후에 나타나는 증상인 줄 알고 가볍게 넘겼다"고 말했다.
당시 A씨의 얼굴을 본 직장 동료는 과거 성형외과에서 근무했다며 "이건 성형 때문에 생긴 부기가 아닌 것 같다"며 "빨리 다시 병원에 가봐라"라고 조언했다.
더 이상 숨을 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A씨는 곧장 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병원 측은 "알레르기 반응 같다. 응급실에서 긴급 처치 받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후 A씨가 정신을 잃고 깨어났을 땐 의사가 A씨 턱에 구멍을 뚫어서 피를 빼고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기도도 거의 막힌 상황이었다. 간호사들이 숨구멍 막히는 걸 막으려고 손가락으로 혀를 눌러 뚫었다"며 "빨리 다른 병원 응급실에라도 갔으면 좋았을텐데 전혀 그런 조치 없이 그 병원에서 막 하다 보니까 시간이 지체되고 저는 또 중간에 기절하는 상황이 6시간 동안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A씨는 응급실 기록지를 떼어보고는 '동맥 손상에 의해 출혈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병원 측이)혈관이 약해 출혈이 생겼다고만 했지 동맥 손상이 있었다든가 정맥 손상이 있었다는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의사를 찾아가 '왜 얘기를 안 했냐. 죽을뻔했을 수도 있지 않냐'고 하니까 '죽지는 않았을 거다'라며 자기들이 빨리 대처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수술에 결과에 대해 의료감정원에 의뢰했다. 의료감정원으로부터 "수술과 관련된 외부 힘이 있고 출혈 부위가 수술과 관련된 부위여서 수술 중에 발생한 외상성 손상이 원인으로 사료된다”며 "적은 양의 출혈에 의해 기도 등이 압박돼 호흡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2년이 지난 현재 A씨는 해당 성형외과를 상대로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의료 파업 등으로 손해배상 청구 시 필요한 진료기록 감정과 신체 감정 등 증거에 대한 감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병원은 시술 때문에 동맥이 손상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측은 "구체적인 의료 정보는 의료법에 따라 제공이 불가하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소송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답변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지난 14일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올해 의료분쟁이 종료된 184건 가운데 52건은 진료비 감면, 32건은 합의금 지급, 13건은 검사비 감면·지급으로 마무리됐다.
현행법상 의료사고 피해 환자 등이 조정을 신청하면 피신청인(주로 의료기관)은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참여 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해당 건은 각하된다.
일명 '신해철법'이 2016년 11월부터 시행된 이후 의료행위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중증 장애인이 되면 자동으로 조정 절차가 개시된다.
다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피신청인이 동의해야만 조정 절차가 시작되기 때문에 환자가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운 문제가 따른다.
박희승 의원은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피해자가 조기에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조정 참여도가 높은 의료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참여율이 상시 저조한 의료기관은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