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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심리적 분당' 위기…친윤-친한으로 왜 갈라졌나 [정국 기상대]


입력 2024.10.28 06:00 수정 2024.10.28 08:09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윤 대통령 취임초 친윤 통일…'이준석 축출' 등 행동력 강해

한동훈, 김 여사 논란 놓고 윤과 충돌하면서 비윤 탄생 예고

총선·전대 과정 거치며 韓 세력화…당내 20~30명으로 추산

친윤은 30~40명…특별감찰관 논의 의총 앞두고 세결집 주목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의 최근 상황을 두고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논란의 해법과 관련해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와 당의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양상이어서다. 한때 "국민의힘은 모두가 친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일대오를 보였던 당이 갈라설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27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엔 모두가 친윤계로 분류됐다. 그 중에서도 '범(汎)' '진(眞)' 등 수식어가 붙어 구분이 됐을 뿐 모두가 한 계파에 속했다. 2022년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전 의원이 친윤계 의원 모임 '국민공감'을 출범할 때만 해도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71명이 참석할 정도로 위세가 상당했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 취임 초에 이준석 대표를 축출하고,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의원을 '연판장'으로 주저앉힐 만큼 행동력도 강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비윤 등 비주류는 한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 당내에선 "대통령이 당선된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반윤이 어디 있고 비윤이 어디 있느냐"(2022년 12월 조수진 전 의원) 등의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원조 친윤계'인 한동훈 대표가 지난해 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이 비윤의 탄생을 예고한 격이 됐다. 당시 한 비대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사천 논란 등을 놓고 윤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면서, 비대위원장 자리에 오른 지 한 달여밖에 안된 시기에 대통령실은 물론 친윤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이때 정치권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이 압박에 못 이겨 사퇴할 것"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한 대표는 총선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이 과정에서 그의 정치적 우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대표의 정치적 우군들이 '친한계'로 불리기 시작한 건 22대 국회에 들어선 뒤부터이며, 전당대회 과정을 겪으면서 세력화됐다.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주장하면서 확실하게 비윤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을 보이자, 친한계는 한 대표의 입장에 적극 힘을 실었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친한·친윤계 등 계파에 대해 "굉장히 후진 구분"이라며 "내가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나를 맹종할 만한 사람들을 친한으로 부른다면 정치적으로 존재해선 안 된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국민의힘은 친한·친윤계로 나뉘어 핵심 사안마다 부딪히는 모습이다.


2022년 12월 21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공감' 두 번째 공부모임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장제원·이철규·김기현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친윤계는 "대통령을 지켜야 재집권도 가능하다"는 인식 하에 한 대표의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한 대표를 향해 '배신자론'까지 꺼내들면서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전과 달리 목소리가 그리 크지는 않은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망파 혹은 친한계로 돌아서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친윤계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고, 김 여사에 대한 국민적 여론도 좋지 않으니까 중립지대에 있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많아졌다"라며 "친윤계도 몇몇 의원 빼고는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는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관망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을 보좌하던 의원들이 친한계가 된 케이스가 적지 않다"라며 "한 대표와 친한계 만찬 때 참석했던 의원 면면을 보고 놀랐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108명의 의원 중 친윤계로 볼 수 있는 의원은 30~40명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권성동·윤한홍·이철규·정점식·강승규·강민국·구자근·박성민·강명구·김민전·인요한·조지연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친윤계 의원은 "국회의원이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지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누가 공천을 하느냐다"라며 "윤 대통령은 다음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누가 요즘 같은 상황에서 친윤계라고 나서겠느냐"라고 말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는 "재집권을 위해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가 이러한 인식에서 나왔다. 친한계로는 현재 조경태 의원과 송석준·김예지·김형동·서범수·박정하·배현진·장동혁·고동진·김건·김소희·박정훈·정성국·주진우·한지아 의원 등 한 대표와 만찬을 함께 했던 20~30명이 거론된다.


친한계의 목소리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국면 속 10·16 부산 금정구청장·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텃밭 사수'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뒤 더욱 커진 양상이다.


친한계인 박정훈 의원은 25일 CBS라디오에서 "지금 친윤 의원들께서는 말씀을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친윤이 지금 목소리가 그렇게 큰 상황은 아니다"라며 당내 친윤 의원은 50명이 안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민심과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본인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부터는 화합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친한으로 확 쏠리는 게 안 된다"며 "내가 볼 때는 이런 균형 상태가 유지되는데 누가 명분 있게 국민들에게 얘기하느냐를 보고 의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범친윤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25일 SBS방송 인터뷰에서 "관망파·중립파는 정치계보적인 입장에서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안별·이슈별로 자율적 판단을 할 것"이라며 "이분들의 가장 큰 고려 기준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첫째 당내 갈등을 최소화시킨다, 둘째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킨다 이 두 가지 기준에 근거해서 판단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계파 분포가 중요해진 이유는 특별감찰관 문제를 두고 이례적으로 의원총회에서 '표 대결'을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11월 1일 이후 개최할 예정인데, 그 시기는 11월 둘째 주로 점쳐지고 있다.


친윤계는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연계'라는 당의 기존 입장이 있는데도 당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갑자기 특별감찰관 추천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해당 문제로 인해 당이 분열되고 있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친한계와 친윤계의 시각차가 큰데, 그렇다고는 해도 표결이 현실화될 경우 표결에서 '지는' 쪽은 치명상을 입으니만큼 결행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용태 의원은 25일 CBS라디오에서 "(반대) 표가 많이 나와서 언론에 공개된다면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겠느냐. 국민의힘 전체가 바보 되는 것"이라며 "표결만큼은 피해야 한다.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께서 원만한 합의책을 갖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면담 이후 각각 추 원내대표와 식사, 친한계 만찬을 한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세 대결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당원분들도 불안해한다"며 "갈등은 보통 야당에서 나타나는 거다. 여당에서 갈등이 있는 건 국민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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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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