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비대위 공식 출범…비대위원·당직자 내정 완료
비대위 인선 두고 "구색만 갖춰" vs "다양성 갖춰" 평가
"민심 되찾아 거대야당 파트너 돼야…성과부터 보여야"
'지지층 결집 + 외연 확장' 과제…"듣는 비대위" 요구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이 주요 당직과 비대위원 인선에서 쇄신을 모색하려는 시도에 나선 점은 엿보이지만, 비대위 앞에 쌓인 산더미 같은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시그널을 주기에 적합한지는 모르겠단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권영세 비대위가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에 모두 성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의에서 임명안이 최종 의결되면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전국위원 787명 가운데 69.38%인 567명이 투표해 89.01%(486명)라는 높은 찬성율로 취임하게 된 권 비대위원장은 12·3 계엄 사태 이후 27일 만에, 지난 16일 한 전 대표 사퇴 이후 2주 만에 새로 당을 이끌게 됐다.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내 건 2020년 이후 6번째이자 2022년 5월 윤 정부 출범 이후 5번째 비대위다.
권 위원장은 임명안 의결과 동시에 취임사를 띄워 "우리 국민들은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 힘든데 우리 당, 우리 국회, 우리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너무 송구스럽다"며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변화와 혁신의 채찍질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한 공개 사과함과 동시에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 같은 권 위원장의 의지는 취임사 직후 내놓은 주요 당직자와 비대위원 인선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권 비대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으로 3선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을 비롯해 재선 최형두 의원(경남 마산합포), 비례대표 최보윤 의원, 초선 김용태 의원(경기 포천가평) 등을 선임했다. 당연직인 정책위의장은 4선 김상훈 의원(대구 서)을 유임했다. 이 가운데 친윤계로 분류될 만한 인사는 임 의원 정도고 나머지 의원들은 특정 계파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권 위원장이 친윤도 친한도 아닌 중립 평가를 받는 의원들을 비대위에 투입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도로 친윤당' 색채 빼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에선 선수와 계파는 물론이고 본업·성별·지역구 차원에서도 권 위원장이 고민한 흔적이 인선에서 드러난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TK 3선 여성 의원인 임 의원은 노동계 출신으로 현재 당 노동전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할만큼 노동 전문가로 꼽힌다. 또 다른 여성 인사인 최보윤 의원은 비례대표로서 현재 국민의힘 장애인위원장을 맡는 등 장애인 복지와 관련해 전문성을 갖고 있다. PK 재선이자 언론계 출신인 최 의원과 90년생에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소장파 김 의원과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당직자인 사무총장을 맡게 된 이양수 의원은 보좌진 출신에다, 원내수석부대표와 전략기획부총장 등 당내 요직을 역임하며 당내 사정에 정통하다는 특징을 가진 인사다. 아울러 이 신임 총장은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으로 실제 한동훈 전 대표 체제에서 정국안정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이는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김재섭 의원을 조직부총장에 임명한 것과 궤를 같이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친윤계로 분류되는 수도권(서울 마포갑) 재선 조정훈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 자리에 임명해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법률자문위원장과 정책위의장엔 각각 친한계로 분류되는 주진우 의원과 김상훈 의원을 유임시킨 것과, 비대위원장의 입과 수족 역할인 수석대변인과 비서실장에 범친윤계인 신동욱 의원과 강명구 의원을 각각 배치시킨 것도 균형감을 맞추기 위한 인선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인선이 과연 현재 국민의힘이 풀어야 하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적합한 것이냐는 점이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국민의힘의 시급한 현안은 '윤 대통령 탄핵'이다. 탄핵심판의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지만 윤 대통령 탄핵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국가적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이번 비대위에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어서다.
권 위원장은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지만 윤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데다, 지난 4일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 탄핵에도 신중한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이에 향후 권 위원장과 비대위원, 당직자가 국민 여론을 수렴해 윤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현재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권성동 원내지도부가 '탄핵 심판 지연 전략'에 나서고 있단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역시 권영세 비대위가 풀어나가야할 숙제다.
이 같은 역할론을 두고 당 안팎의 의견은 엇갈려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구색만 맞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꽤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자기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소장파 위원의 몫이 너무 적고, 이들이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얼마나 반영이 될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한쪽에선 인선이 적절하게 배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내부 관게자는 "충청이 빠진 게 아쉽긴 하지만 선수·지역·성별·직업군까지 모두 고려된 것 같다. 계파적 측면에서도 양쪽(친윤과 친한)을 모두 반영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다양성이 갖춰진 인선인 만큼 많이들 걱정하는 변화나 쇄신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어렵게 마련된 권영세 비대위의 역할은 두 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계엄사태와 탄핵으로 이어지는 동안 당과 멀어진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무차별적인 탄핵을 통해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과의 전선을 어떻게 형성하느냐 하는 점이다. 당내에선 이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심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느냐에 따라 대야(對野) 전선의 강도가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국민의힘 원외 관계자는 "권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얘기한 '여·야·정 국정협의체의 조속한 시작'이 가능하려면 일단 이재명과 민주당이 우리를 파트너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올랐다곤 하지만 여전히 10%p 넘게 차이나는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서 뭔가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일단 민심이 뭔지 제대로 파악하고, 거기서 성과를 보여줘야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만큼 권영세 비대위의 최종 목표는 '지지층 결집'에 그치지 않고 '외연 확장'이어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일치된 목소리다. 거대야당이 밀리지 않고, 정권을 쉽사리 내주지 않기 위해 필수적인 중도층을 움직일 수 있는 정책과 메시지를 꾸준히 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에 당내에선 권 위원장이 이날 취임 첫 일정으로 잡은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유가족 위문과 같은 진정성 있는 모습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지금 중요한 건 지지층만을 잡는 것도 아니고, 중도층만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일단 우리가 잘못한 건 잘못했다 하고, 고칠 건 고치겠다고 한 다음에 진짜 그걸 해내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이번 비대위는 정말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줄 줄 아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