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대통령 취임 D-1… 자동차 산업 영향은?
현대차·기아 전기차 5종, 美 보조금 문턱 통과
"전기차 싫어!"… IRA 폐지 및 개정 가능성 높아
중국 위협하려다 새우등 터진다… 보편관세 향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이 다시금 주목되고 있다. 전세계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넘어서 압박하고, 배제해 버려는 심산이다.
조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투자'를 내건 정책을 우선시했다면, 트럼프는 '절대 미국'을 내건, 조건없는 자국우선주의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견제를 위한 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임기는 낮 12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2시) 시작된다. 그는 취임식 후 의회 오찬과 군 사열 행사 등을 하고 백악관에 입성할 예정이다.
취임식 당일부터 전세계 국가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앞서 트럼프가 '취임 당일 하루는 독재를 하겠다'고 내건 까닭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트럼프는 취임 당일 경제, 통상, 이민, 에너지, 대외정책 등 100여개의 '무더기 행정명령'을 내려 국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부터 내건 수많은 정책 중 가장 주목되는 건 바로 '보편관세'다. 그는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있다. 여기에 모든 나라에 10%~20%의 보편 관세, 중국에 대한 60%의 추가 관세 등도 공약했다.
대외적으로는 마약 유입 등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보편관세 정책의 내면에는 악독한 자국우선주의가 숨어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으로 수출 시 10~20%의 관세가 매겨진다면, 사실상 미국에서 큰 수익을 얻어왔던 해외 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제조공장을 세울 수 밖에 없어서다.
'관세를 내기 싫으면 공장을 지어라'라는 트럼프의 이 공약은 조바이든 행정부에서 내걸었던 '조건 있는 자국우선주의'보다도 수위가 훨씬 높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IRA는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보조금을 주겠다'는 뜻을 내포했지만, 트럼프는 미국에 해외 업체가 공장을 지었을 때 주는 혜택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있어서다.
트럼프의 보편관세 정책에 따른 국내 부품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한국에서 만들어 바로 가져갔던 자동차에 앞으로 10% 관세를 부담해야한다면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는 한국 부품업체들의 물량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미국으로 부품을 바로 수출하더라도 '보편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10%의 관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부품업체들이 대미 수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대부분 없어지는 셈이다.
보편관세로 인한 부품업체의 타격도 이미 예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약 4700여개의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10인 이상 기준)가 2년 내 20% 이상 어려워지거나 도산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한국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이 보편관세가 10%로 책정될 경우 12.6%, 20%로 적용될 경우 무려 21.6%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조바이든 행정부가 4년간 주력으로 시행해왔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트럼프는 내연기관, 석유 산업을 지지하는 인물인 데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을 줄곧 비난해왔다. 바이든의 정책인 IRA 상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주는 IRA 정책을 트럼프가 손 볼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보조금을 줄이거나, 보조금 제도를 폐지할 수 있다는 건데, 이 경우 한국 업체인 현대차·기아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정부의 IRA 시행 직후 미국 내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약 6조3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었다. 공장이 완공되는 올해부터 아이오닉5, 아이오닉9과 기아 EV6, EV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5종에 대해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됐지만, 트럼프가 IRA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이 역시도 불투명해진다.
강력한 중국 배제 정책으로 인한 한국 자동차 업체의 경쟁 심화도 우려요인이다. 당장 미국에서는 전기차 전용공장에 하이브리드차 생산라인을 깔아 현지 판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그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수출 난항과 전기차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반면, 유럽, 인도, 중동 등 제3국에서는 중국의 굴기에 치일 수 있다. 현대차·기아의 판매 감소와 수익 악화는 물론 부품업체 등 자동차 생태계에 위치한 모든 업체들이 예의주시하고, 하루 빨리 대비할 필요성이 확대됐다.
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아인스(AINS)의 이항구 연구위원(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트럼프 집권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입을 피해는 미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발빠른 대비에 나서야한다"며 "중국이 독을 품고 글로벌 시장에 파고드는 상황에서, 미국은 물론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다면 우리기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또 수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