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이태훈은 금융사 주최 대회에서만 4승째
임성재 아쉬운 컷 탈락, 환상적인 벙커샷 선보여
올해로 4회째 대회가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이 캐나다 교포 이태훈(35)의 우승으로 마무리 됐다.
이태훈은 27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서원밸리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서 5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뒤 박준홍, 강태영과의 연장전서 승리했다. 그러면서 우승 상금 3억원을 챙긴 이태훈은 제네시스 포인트 경쟁에서 김백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태훈은 KPGA 투어에서 기록한 4승 모두를 금융 기업이 주최한 대회에서 이뤘다는 독특한 경력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2017년 아시안 투어와 공동으로 열린 ‘신한동해 오픈’에서 K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9년에는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그리고 2021년에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춘 바 있다.
우승 과정도 극적이었다.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으나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급기야 12번홀(파4)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박준홍에게 2타 뒤져 우승 경쟁에서 밀리는 듯 했다.
하지만 16번홀(파5)과 17번홀(파3) 버디가 드라마와도 같았다. 16번홀에서 가볍게 1타 줄인 이태훈은 17번홀에서 친 티샷이 홀과 12.21야드(약 11.2m) 떨어져있었으나 이를 버디로 떨어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이태훈은 우승 후 “어려운 코스에서 경기를 했다. 대회기간 바람도 강하게 불었고 그린스피드(3.8)도 훨씬 더 빠르게 느껴졌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의 원동력은 역시나 17번홀 버디 퍼트였다 .그는 “지난해 퍼트가 잘 안 돼 아내 말을 듣고 말렛 퍼터로 바꿨다. 퍼터를 바꾼 뒤 ‘BNI 인도네시아 마스터즈’에서 우승도 하고 계속 잘 되고 있다”며 “17번홀의 버디도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핀까지 약 11m 남았고 라인이 잘 보여 버디에 성공할 수 있었다. 꼭 넣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일주일 전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개막전보다 훨씬 많은 갤러리가 입장해 바람과 맞서 싸우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겼다.
갤러리가 북적 거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나 ‘월드클래스’ 임성재의 등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임성재는 시차와 바람에 적응에 고전하며 4오버파 146타를 적어내며 공동 67위에 머물러 아쉽게 컷 탈락했다.
하지만 고작 이틀뿐이었지만 임성재는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최고의 흥행 카드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예술에 가까웠던 두 차례 어프로치 샷은 이름값을 충분히 입증한 장면이기도 했다. 임성재는 16번홀(파5)에서 친 세컨드 샷이 그린 주변 벙커에 빠졌다. 하지만 이를 기가 막힌 어프로치로 홀 바로 옆에 붙였고 버디를 만들어내며 갤러리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이어 3번홀(파5)에서도 또 다시 두 번째 샷이 벙커에 파묻혔으나 마법과도 같은 어프로치 샷이 이글도 만들어질 뻔한 순간 또 한 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임성재는 2라운드 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퍼트 실수도 나왔다. 주말에 오실 예정이던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그래도 두 차례 파5홀에서 나온 벙커샷이 예술이었고, 팬들도 좋아해 주셨다”라고 밝혔다.
비록 탈락했으나 임성재는 클럽 하우스 밖에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줬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국내 팬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임성재는 올 가을 제네시스 챔피언십 출전을 예고한 뒤 다시 PGA 무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