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소진이 영화 ‘레이오버 호텔’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 전주를 밝혔다.
‘레이오버 호텔’은 갑작스러운 엔진 이상으로 일본 기타큐슈에서 하룻밤 지내야 하는 승객 6명의 이야기를 담아,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박소진을 포함해 안소희, 박정연, 정연주, 박예린, 박소진, 안동구가 출연한다.
박소진은 스스로 축복받지 못하고 태어났다며 생일을 즐기지 않는 민희 역을 맡아 안동구와 호흡하며 세 번째 에피소드 ‘언해피 버스데이’(Unhappy Birthday)를 맡았다. 민희는 다소 냉소적이고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다. 이러한 캐릭터를 박소진은 관객들에게 ‘일상의 연기’를 통해 보여주며 영화를 완성시켰다.
박소진이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로 활동했던 사실은 이제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멤버들 모두 연기자로 포지션을 옮겼다. 그러나 걸스데이 출신 멤버들의 연기 결은 다소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영화로 오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박소진과 방민아는 주로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있고, 이혜리는 상업영화 쪽이다. 유라는 한두 편 영화를 찍긴 했지만, 주로 예능으로 방향을 잡았다. 박소진이 독립영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작품이 들어와서’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선택’일까.
“반반인 것 같아요. 독립영화를 하면서 자기 색깔을 만들어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많이 하려고 덤볐던 것 같아요. 또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고요. 상업영화도 하면 좋죠. 그런데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이쪽이 재미있어요.”
박소진이 느끼는 재미는 바로 ‘연기’로 연결됐다. 아이돌 그룹으로 무대에 섰을 때,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 박소진은 ‘힘’이 들어가 있다. 이 두 영역은 한순간에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하는 장르다. 그러나 영화 특히 독립영화에서는 이런 부담감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런 박소진의 연기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영화 ‘레이오버 호텔’이었다. 박소진은 영화에서 ‘일상의 언어’와 ‘일상의 행동’으로 ‘일상의 연기’를 선보였다.
“그렇죠. 독립영화는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일상을 쓸 수 있다는 재미. 드라마는 아무래도 ‘연기의 하이라이트’를 자꾸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죠. 그리고 그런 ‘하이라이트’ 기술을 쌓는데, 제가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옛날을 생각해 보면 가수할 때도 그랬어요. 무대 위에서 ‘하이라이트’를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노력은 계속했지만,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죠. 조금 오버스럽거나, 때론 어설펐죠. ‘기대해’ 부를 때 저랑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그때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드라마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반면에 독립영화는 캐릭터 설정이 물론 있지만, 삶을 살아간다는 느낌을 찍는 게 저한테 좋은 느낌이고, 그런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레이오버 호텔’에서 배우 박소진만 뚜렷하게 보였다. 이전에 드라마에서는 ‘걸스데이 소진이 연기를 하네’라는 느낌을 종종 줬다면, ‘레이오버 호텔’에서는 ‘걸스데이 소진’은 사라졌다. 그리고 이런 연기는 영화의 배경이 된 일본 기타큐슈와 완벽하게 어울리면서 더더욱 돋보였다. 기타큐슈는 박소진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기타큐슈에는 열흘 정도 있었는데, 회차로는 한 7회차 정도 찍은 것 같아요. 3박 4일 여행으로 갔다면 아쉬웠을 곳인데, 열흘 정도 지냈더니 좋더라고요. 골목골목 다니고, 작은 맛집도 찾고요. 그곳을 알아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상대 배우랑 계속 대본 이야기하면서 같이 걷고, 주변 맛집에서 밥 먹으면서 대본 이야기를 하고. 진짜 열흘 내내 했어요. 그러면서 기타큐슈가 여러 가지로 많이 편안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안에서 둘 다 잘 지낼 수 있는 뭔가가 생겼고요. 여기에서 뭔가 엄청난 시간을 보냈고, 그게 제 삶의 일부잖아요. 배우들과도, 스태프들과도 엄청 좋았거든요. 기타큐슈를 떠날 때 저와 안동구 배우 모두 울컥했어요.”
‘걸스데이 소진’에서 ‘배우 박소진’으로 체질 변화를 하는 데 7년이 걸렸다. 2018년 무렵 연극으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로 오는 시간이 꽤 흐른 셈이다. 그러나 박소진은 이런 모든 상황을 만드는데 있어서 ‘자양분’을 걸스데이 당시 경험을 또한번 강조했다.
“솔직히 아이돌 활동 다시 무대할 때는 많이 떨렸거든요. 그런데 그런 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연기하기 위해 무대에 설 때는 안 떨리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남들은 다 불편해 할 때, 저는 그냥 노래할 거 아니니까, 그냥 올라가서 잘 놀다가 내려오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좋았어요. 그래서 정말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 지난 시간이 저한테 재료가 된 게 아주 많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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