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타인 명의 주식거래' 의혹은
'민생·경제 정당' 표방하는 민주당에
정치적 치명타…정당사 기록될 '촌극'
"이재명정부 출범 두 달만에, 그것도 여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차명(타인 명의 주식거래 의혹으로 수사 받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법사위원장을 맡던 가운데 최근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춘석 무소속 의원을 향한 비판이다. 이 사태로 이 의원은 법사위원장 직을 당선 40여일 만에 사퇴하고, 18년 간 몸 담았던 민주당을 탈당해 경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앞서 이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자신의 명의가 아닌 보좌관의 차모 씨의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평가 금액만 1억원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차모씨의 명의로 주식거래 창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찍힌 바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후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이 의원의 '차명거래 의혹'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식 관련 엄포가 있은 지 불과 2개월 만이라는 점에서 다소 과감한 행동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취임 후 첫 현장행보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아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 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 전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의원의 이번 행태는 대통령의 경고를 알고서도 무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결국 대통령이 공언한 '필벌'의 첫 타깃이 집권여당 소속 인사가 된 셈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하계 휴가 중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열어 "이 대통령은 차명거래, 내부정보 이용 등 이 의원의 주식거래 의혹 관련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진상을 신속히 파악하고 공평무사하게 엄정수사하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정청래 신임 당대표도 당 회의에서 "이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 우려가 크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난과 우려, 유감스럽다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이 의원의 거취에 대한 우려가 아닌 이재명정부를 향한 국민적 신뢰를 갉아 먹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라디오에서 이 의원 사태에 대해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전체가 국민에게 신뢰를 잃을까봐 걱정이 된다"며 "대통령이 오죽하면 휴가 중인데도 엄중수사를 지시하셨겠느냐. 이 엄중한 시기에 법사위원장 위치에 있는 분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입법부인 국회의 최종 수문장인 법사위원장이, 나아가 집권여당 소속 의원의 이같은 차명거래 논란은 '국민주권' '민생정당' '민생경제'를 책임지겠다는 정부·여당에 정치적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권교체 두 달만에 벌어진 사태, 법사위원장 당선 40여일 만의 자진사퇴라는 점은 가히 촌극으로 기록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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