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작전본부장에 '의장 보고 없이 원점타격 건의하라' 지시 의혹
평양 무인기 투입 지시 정황도…드론사령관과 비화폰 30여차례 통화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해군 대장)을 '패싱'하고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에 대응하기 위한 원점 타격과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합참 고위관계자들로부터 김 전 장관이 작년 11월 18일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다음 오물풍선이 오면 작전본부장이 나에게 '상황 평가 결과 원점 타격이 필요하다'고 보고해라. 그러면 내가 지상작전사령부에 지시하겠다"며 "내가 지시한 것을 김 의장에게 보고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이 김 의장을 건너뛰고 김 전 장관에게 원점 타격을 건의하면 김 전 장관이 이를 근거로 강호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에게 타격을 지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본부장은 "원점 타격 이전에 반드시 안보실장과 대통령까지 보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유엔사(유엔군사령부)에도 통보해야 한다"고 반대하자 김 전 장관은 화를 내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은 이같은 상황을 김 의장에게 보고했고, 두 사람은 실제로 원점 타격 건의를 지시받을 경우 합참 및 예하부대와 연결된 화상회의를 끊고 김 전 장관에게 결심지원실로 이동해달라고 말한 뒤 안보실에 상황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김 의장은 11월 22일 김 전 장관을 직접 찾아가 원점 타격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김 전 장관은 격노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계엄 나흘 전인 11월 29일에는 김 전 장관이 이 본부장에게 본인이 지시하면 원점 타격이 곧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재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군 내부 진술도 나왔다.
그러나 합참은 원점 타격을 하려면 국방부와 합참뿐 아니라 작전 지휘관들까지 함께 논의한 뒤 승인을 받고, 이후 유엔사에도 통보하도록 절차를 보다 복잡하게 마련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이 독단적으로 원점 타격 실행을 지휘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달아 저항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침은 김 전 장관에게 11월 30일 보고됐고, 사흘 뒤 계엄이 시행됐으나 합참은 제외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을 의도적으로 보고·지휘체계에서 배제하려 한 정황은 육군 드론작전사령부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특검팀은 최근 김 전 장관이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과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이 시행됐던 작년 9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비화폰으로 30여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두 사람은 무인기가 평양에 추락한 10월 9일과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를 발견했다고 공개한 다음 날인 10월 12일에도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작년 9∼12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도 20여차례 비화폰으로 통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같은 통화내역을 바탕으로 '합참의장→합참 작전본부장→드론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정상 지휘체계에서 벗어나 김 전 장관이 합참을 배제하고 김 사령관에게 직접 작전을 지시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군 출신인 김 의장을 고의로 배제하고 육군 출신이자 후배인 이 본부장과 김 사령관에게 개별 작전 지시를 내려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이를 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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