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다"던 친한계…막장 경쟁에 움직임
조경태 힘실을 가능성…김앤장 결선 땐 金?
김근식·양향자·우재준 '최고위'에도 영향력
"친한계 무시할 조직 아냐…판 흔들 수도"
친한(친한동훈)계가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구성의 캐스팅보터가 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친한계가 적극적으로 결집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큰 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당권 경쟁은 물론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분석에서다. 특히 당 안팎에선 당대표 경선이 결선으로 갈 경우 친한계의 선택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단 이야기도 나온다.
22일 국민의힘은 충북 청주에 위치한 오스코에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당락이 결정되지만, 당대표는 과반을 획득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오는 26일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실시해 선출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예비경선이 끝나는 시점부터 '강성파 대(對) 혁신파'의 구도로 진행돼왔다. 보수우파 결집을 기치로 내건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강성파로 분류되며 전한길 씨를 포함한 논란의 인물들까지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왔다. 반대로 조경태·안철수 후보 등 혁신파는 인적쇄신·청산을 주장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극단 세력과는 확실히 절연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지해왔다.
이처럼 한 계파 안에 두 후보씩 포함되다보니 메시지나 행동이 중첩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결국 후보들 간의 선명성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특히 장동혁 후보와 조경태 후보는 극단을 달리며 서로를 향해 '탈당'까지 압박하는 메시지를 꺼내들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당대표 불출마를 하면서 애초 친한계는 이번 8·22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일부 친한계 의원들도 "이번 전당대회에 아예 관심이 없다"면서 선 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탈당 권유' 논쟁이 격화되면서 기류가 변화하는 조짐이다. 장 후보와 조 후보가 지난 19일 열린 마지막 방송토론회에서 서로를 향해 탈당하라며 날카롭게 대립하자 친한계 역시 참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한길 씨 중 누구에게 기회를 주겠느냐'라는 질문에 "전 씨"라고 답했고, 조 후보를 향해 "당원들이 나를 대표로 뽑아준다면 내란동조 세력이 있는 정당이 되는데 당에 남을 것이냐"라고 질문하면서 분당 우려를 높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친한계의 참전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김앤장(김문수·장동혁)으로 표현되는 대세가 바뀔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친한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21일 YTN라디오에 나와 "친한계는 한 전 대표가 사람을 콕 찍어서는 안하지만 상식·쇄신 이런 쪽으로 힘을 싣고 있다"며 "친한계 지지층 내에서도 '누구를 찍자'는 자발적인 캠페인이 있다"고 말했다. 친한계가 결집할 경우 조 후보 등 혁신파가 선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당대표 경선이 결선으로 갈 경우다. 조 후보가 결선에서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친한계의 표심이 큰 변수가 되지 않겠지만, 되레 혁신파 후보가 결선에서 배제되고 현재 여론조사상 결선 진출이 유력한 김 후보와 장 후보가 맞붙었을 때에는 친한계의 표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층(193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물어본 결과, 장 후보가 33%로 1위를 기록했고, 김 후보가 30%로 뒤를 이었다. 안 후보는 8%, 조 후보는 7%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대표 선출에 당심이 80%나 반영되는 만큼 당 안팎에선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보면 김·장 후보가 결선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두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을 경우 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친한계의 표심이 어느 후보 쪽으로 움직이느냐가 변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친한계가 김 후보를 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지호 부총장은 "혹여 김문수·장동혁(후보) 두 사람이 (결선에) 가면 쇄신파가 참여하면 아무래도 덜 미운 사람을 찍으려고 할 것"이라며 "김 후보는 겉으로나마 한 전 대표까지 모두 다함께 같이 간다고 했는데 장 후보는 대표가 되면 그 사람들을 알아서 나가야 된다니까 김 후보 쪽으로 좀 더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에서도 친한계의 움직임이 최종 변수가 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 선출에서도 친한계의 표심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혁신파로 분류되는 김근식·양향자 최고위원 후보와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후보의 지도부 입성 여부 역시 친한계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투표가 뒷받침되면 가능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별 이야기가 다 있지만 그래도 친한계는 원내에만 20명가량이 있고 원외에도 그 계파가 있는 만큼 무시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이들이 움직인다면 진짜 판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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