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서 시작된 인연…미야케 쇼·심은경, '여행과 나날'로 '진정한 교감' [30th BIFF]

데일리안(부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9.20 10:34  수정 2025.09.20 10:34

미야케 쇼 감독과 심은경이 '여행과 나날'이 더 특별했던 이유를 밝혔다. 섬세한 미야케 쇼 감독에, 심은경의 공감이 어우러져 서정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됐다.


'여행과 나날'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슬럼프에 빠진 각본가 '이'(심은경)가 눈 내리는 여행지의 산속에서 지도에도 없는 오래된 숙소에 발을 들이고, 그곳에서 의욕 없어 보이는 숙소 주인 벤조(츠츠미 신이치)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츠게 요시하루의 만화 '해변의 서경', '혼야라동의 벤상'을 원작으로 하며,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영화 '여행과 나날' 팀ⓒ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여행과 나날'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야케 쇼 감독은 "이런 기념비적인 해에 영화제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일본에서 활약 중인 심은경과 같이 만들었고, 과거 함께 작업했던 타카다 만사루와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초청 소감을 밝혔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의 행사를 통해 인연을 맺은 심은경과 다시 부산을 찾을 수 있어 더 의미 있었다.


심은경은 "미야케 쇼 감독님과의 인연은, 내가 기억하기론 3~4년 전쯤이다. 당시 (영화제에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이라는 작품의 GV를 함께 했었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감독님의 작품으로 올 수 있어 더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미야케 쇼 감독 또한 이 만남이 섭외 요청으로 이어졌다며 "우리 둘의 인연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만들어 줬다. 당시 처음 만났던 심은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배우였다. 대화를 많이 나누진 않았으나, 심은경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는 만화 원작과 동일하게 주인공을 일본인 남성으로 선정하고자 했는데, 심은경이 주연을 맡아주면 조금 더 파워풀하고, 좋은 영화가 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큰 사건을 통해 전개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우연한 만남 속 진심으로 교감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캐릭터에 빠져들게 한다.슬럼프에 빠진 각본가 이의 내면을 들여다본 것처럼, 보는 이들에게 공감 포인트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새벽의 모든' 등으로 일본의 젊은 거장이 된 미야케 쇼 감독 작품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심은경도 "감독님을 만나기 전부터 감독님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 있어 좋았다. '내 이야기' 같아 공감하고, 또 그 안에서 교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미야케 쇼 감독의 작품관에 공감했다.


미야케 쇼 감독이 만들어 주는 편안한 환경이 이 같은 장점을 극대화한다. 심은경은 "함께 작업을 하고 나니, 더 존경하는 감독님이 됐다. 배우, 스태프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힘이 있으시더라. 낯을 가리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걸 어려워하는데, 감독님과의 작업을 통해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영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되 자유롭게 대화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우리에게 돌리셨다. 첫날에도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각본가 이 역을 맡은 심은경이라고 소개했었다. 이 영화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 본, 소중한 시간을 선사해 주셨다. 배우 고유의 매력과 개성을 촬영 내내 관찰하셨다. 그걸 역할에도 대입해 주셨다.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타카다 만사쿠도 미야케 쇼 감독이 주는 편안함에 매료됐다. 여름 해변가에서 어딘가 어두운 분위기의 나기사와 만나 교감하는 나츠오 역을 맡은 그는 "나츠오는 원작에서도 표정이나 말투의 변화가 크지 않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역할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주로 그런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는 것 같다. 저는 이입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미야케 쇼 감독님이기에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연기했다. 어려운 것들을 고민하기보다는 현장에 가서 감독님께 맡기고 편하게 연기하면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자신의 연출관에 대해 "저는 배우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영화를 만들어가며 배우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이 영화가 없었으면 발견하지 못했을 매력을 발견하고 싶다. 저는 지켜보기만 했던 것 같다. 어디까지나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여행과 나날'은 수지·이진욱·유지태가 출연한 임선애 감독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장률 감독의 신작 '루오무의 황혼', 대만 배우 서기의 감독 데뷔작 '소녀', 션 베이커가 프로듀서를 맡은 '왼손잡이 소녀' 등 13편의 작품들과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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