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위해 투잡(two jobs)으로 저녁에 대리운전하던 50대 운전기사가 길가의 불법 광고물에 차량이 살짝 닿았다는 이유로 차주로부터 현금 합의를 강요당한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경기 수원에서 대리운전 일하는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씨는 지난 8월 말 수원 율전동에서 고객을 모시고 주차하던 중 도로에 무단 설치된 X 배너 광고물과 차량이 미세하게 접촉했다.
그는 "본인은 물론, 고객과 동승한 여자친구조차 접촉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가볍게 스친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십여 분 뒤 고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차량이 광고물과 접촉했으니 보험사에 사고 접수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X 배너에 이 정도로 닿았다고 차량에 흠집이 날 일도 없고, 범퍼 여기저기에 나 있던 흠집은 이번에 난 게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야 했다.
현장에 출동한 보험사 기사는 접촉 부위를 사진으로 남기고 돌아갔다. 다음 날 보험사 측은 "현실적으로 닿은 게 사실이라면 보상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보험 처리 대신 현금 합의가 낫다"며 50만원 합의를 권유했다.
A씨가 합의를 거부하자 30만원으로 줄여 합의하는 쪽이 낫다는 압박이 이어졌다. 대리운전 경력에 흠집이 남는 걸 피하고 싶었던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30만원을 송금했다.
A씨는 "30만원을 벌려면 거의 일주일간 밤잠 줄이며 일해야 한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고객도 그렇지만 보험사 담당자들까지 내 편은 아니더라"고 토로했다.
이후 사건의 경위를 알아보던 A씨는 불법 광고물을 세운 주점 업주와 차량 차주가 친구 사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A씨는 "해당 광고물이 불법으로 설치된 것임을 확인하고 안전신문고와 수원시청에 신고했고, 불법 광고물로 행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세상에는 법과 원칙이 있으니 그 말이 팩트이고 현실이다. 하지만 기본과 상식, 양심과 배려, 그리고 도덕 또한 존재한다. 나는 오십 평생 그렇게 살지 않았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도로법 제48조에 따르면 도로에 설치된 광고물은 안전과 미관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무단 설치 시 불법으로 간주한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39조 제1항은 광고물이나 구조물이 도로 안전에 영향을 줄 경우 철거나 이동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