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무죄'…한숨 돌린 카카오, AI·스테이블코인 사업 본격화(종합)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10.21 12:52  수정 2025.10.21 17:48

21일 김범수 창업자 1심 선고서 무죄 판결

김 창업자 "카카오에 드리워진 그늘 걷히길"

카카오 발목 잡던 사법 리스크 일부 해소되며

신사업 AI·스테이블코인 드라이브 걸릴 전망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나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약 3년간 카카오를 짓눌렀던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되면서 회사가 집중하는 AI(인공지능)와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양환승 재판장)는 21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CA협의체 재무총괄 리더 등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에 일관성과 신빙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수사 과정에서 배우자까지 연루돼 극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자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했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함으로써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동기와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가 매수 주문, 물량 소진 주문 등을 모두 살펴봐도 시세 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높은 수준으로 고정시킬 목적 실현에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범수 창업자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면서 후련한 표정으로 입장을 밝혔다. 김 창업자는 "이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 전 투자총괄대표는 법정을 나서며 눈시울을 붉혔고, 김 전 카카오엔터 대표는 법정을 찾은 동료들과 "고생했다"며 안도의 인사를 나눴다. 홍 전 대표 역시 안도한 표정을 띈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번 1심 무죄 판결로 약 2년 8개월간 이어졌던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며,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간 카카오 경영은 총수 리스크로 인해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며 '시계 제로' 상태였다. 빠른 대응이 필수인 AI 사업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경영 효율화 작업과 함께 AI·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AI 사업의 경우 오픈AI와 협력해 챗GPT를 카카오톡에 적용하는 방안을 비롯한 주요 프로젝트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주주 적격성 논란으로 발목 잡혀 있던 스테이블코인 사업에도 숨통이 트였다. 카카오는 현재 정신아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은 '스테이블코인 TF'를 구성해 사업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만약 카카오 법인이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위험이 있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실시하며,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으면 대주주 자격이 박탈된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 중이다. 이번 무죄 판결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카카오 측은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고,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이해한다"며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임직원 누구도 위법적 행위를 논의하거나 도모한 바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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