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부동산 시장 과대평가…비생산적 투기수요 억제해야”
실상은 실수요자 ‘내 집 마련’ 문턱 높아져…“불안심리 자극”
“서민 돈 줄 죄면서”…고위 관료 갭투자·시세차익 행태 도마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수요 억제 정책으로 실거주 수요마저 억누르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도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고위 관료들의 갭투자 논란이 떠오르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22일 정부와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 방향은 과도한 대출을 활용해 갭투자(전세 낀 매매)와 다주택, 고가 주택에 대한 매입 기회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대출·세제·청약 규제와 실거주 의무 등이 전방위적으로 강화됐다.
부동산 시장 ‘버블’, 투기수요 차단 주문했지만…실수요에 ‘불똥’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인 21일 국무회의에서 “가용한 정책 수단을 집중 투입해 경고등이 켜진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며 “국민경제를 왜곡하는 투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코스피 지수가 3800선을 넘어선 것에 대해선 “비생산적인 분야에 집중됐던 과거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 자산 증식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도 국내 부동산 시장을 일본 부동산 버블과 빗대 “부동산 시장은 과대평가되고 있다”며 “폭탄 돌리기 방식의 비정상 가격 형성은 국가에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사실상 부동산 시장을 비생산적인 분야라고 평가하며 부동산으로 쏠리는 수요를 억제함과 동시에 자산 증식 구조를 주식시장 등으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잇단 수요 억제 대책이 투기 수요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 마저 규제로 묶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낮아진 데다가 6억원이던 대출 한도가 15억원 초과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줄어 현금 여력이 없는 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으로 갭투자가 중단되면서 전세 매물도 잠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규제가 작동해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여건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9·7 대책으로 주택공급 방안을 내놨지만 공공주도로 도심 내 핵심 입지 공급을 활성화하기엔 한계가 있단 지적이 많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수요는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라며 “주택 공급은 위축되는데 수요 억제 위주 정책들이 나오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극대화돼 집값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갭투자 하는 사람 따로 있는데”…고위 관료들 행태에 비난 여론 팽배
부동산 정책 입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고위 관료들이 갭투자 등으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부분도 정책 신뢰도를 흔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대책의 주무부처 차관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갭투자 의혹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이 차관은 10·15 대책 발표 후 한 유튜브 채널에서 “나중에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고 발언했지만 지난해 7월 배우자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소재 아파트를 33억5000만원에 매입한 뒤 같은 해 12월 14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보유세 강화 관련 발언을 이어왔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부동산 투자로 시세차익을 거둔 바 있다. 구 부총리는 지난 2018년까지 최대 4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가 3채를 매각했다. 이 때 매각 대금은 45억원에 육박한다.
구 부총리가 지난 2013년 약 9억원에 매입해 소유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아파트는 지난해 재건축돼 전용 59㎡ 시세가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2013년 같은 아파를 갭투자를 통해 매입해 재건축 후 실거주 중이다.
이들은 해당 아파트 재건축되기 전까지 한 번도 실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엔 서민들은 집을 사지 말라는 의중이 담겨있는 것 같다”며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는데 고위 관료들은 결과적으로 부동산을 통해 자산 증식을 하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 입장에선 정부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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