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완패…법원, 케이팝 산업 구조의 균형에 무게추를 실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0.30 11:16  수정 2025.10.30 11:17

케이팝(K-POP)산업을 뒤흔든 어도어·뉴진스 분쟁이 1심에서 어도어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법원이 계약 효력을 인정하면서, 이번 판결은 케이팝 산업의 계약 관행과 아티스트와 기획사 간 관계 정립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어도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30일 오전 9시 50분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뉴진스는 이날 선고에 불참했다.


법원은 “민희진의 해임을 어도어측 계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민희진이 뉴진스의 독립을 위해 펼친 여론전은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며 뉴진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종합하면 민희진 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로부터 독립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며, 뉴진스 부모들을 앞세워 여론전을 기획한 정황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또 하이브·쏘스뮤직·빌리프랩 등과 관련해 제기된 의무 조치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어도어가 연습생 시절 영상 삭제, 보도 중단 요청 등 필요한 보호 조치를 이미 취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일릿 표절 논란’과 관련해서도 “일부 콘셉트의 유사성은 있으나 뉴진스의 콘셉트를 복제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여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는 퍼블리시티권이나 지식재산권으로 보기 어렵고, 어도어의 대응 미비를 계약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하이브 관계자의 폄하 발언’이나 ‘아일릿 매니저의 무시 논란’ 등에도 역시 “비방이나 모욕 의도로 보기 어렵다”며 “어도어가 CCTV 확인 등 내부 조치를 충분히 취했다”고 했다.


‘돌고래유괴단’과의 협업 논란은 “저작권이 어도어에 있으며, 무단 게재가 있었다 하더라도 전속계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주장 역시 “증거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한 “‘뉴진스를 버리고 새 판을 짜면 된다’는 문구 역시 특정 그룹을 비하하려는 취지로 보기 어렵고, 하이브가 여전히 뉴진스 활동을 지원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어도어와 뉴진스 간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며, 소송비용은 피고(뉴진스)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뉴진스는 계약 만료 기간까지 어도어 소속으로 활동해야 하며, 어도어의 승인 없이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앞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지난해 4월 하이브와의 의견 충돌 끝에 8월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며, 같은 해 11월 뉴진스는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어도어는 전속계약이 유지되고 있다며 법원에 유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뉴진스는 올해 2월 새 팀명 엔제이지(NJZ)로의 독자 활동을 선언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광고계약 체결금지 및 기획사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전부 인용했다.


이후 뉴진스의 이의신청과 항고는 모두 기각됐고, 법원은 위반행위 1회당 10억 원의 제재금을 부과하는 간접강제까지 인용했다. 결국 뉴진스는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양측은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 조정 절차를 거쳤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편 민 전 대표가 이번 선고를 앞두고 새 법인 오케이(OK)를 설립한 사실이 알려지며 뉴진스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모였다.


이번 판결은 케이팝 산업의 핵심 원리인 기획·제작 시스템의 신뢰 구조를 다시 확인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케이팝은 기획사가 장기간의 투자와 시스템을 통해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고, 이후 그 성과를 회수하는 구조에 기반한다. 법원이 전속계약의 효력을 인정한 것은, 이러한 산업 시스템 속에서 계약의 책임과 이행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기본 전제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은 2029년 7월 31일까지로, 약 5년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 다만 이번 소송으로 인해 활동이 장기간 중단된 만큼, 향후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따라 계약 만료 시점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