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흐리터분한 가나전에서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의 왼발만 반짝반짝 빛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초청 11월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18분 문전에서 이강인 크로스를 받은 이태석의 헤더 결승골로 가까스로 가나를 1-0 제압했다.
볼리비아전에 이어 단조로운 공격패턴과 답답한 공격전개 과정 등으로 축구팬들의 가슴을 치게 했지만, 이날 승리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당했던 패배(2-3)를 3년 만에 설욕했다.
‘2026 FIFA 북중미월드컵’에 대비해 9월부터 시작한 A매치 6경기에서 4승1무1패라는 성적을 남겼다. 경기내용을 떠나 결과를 가져온 홍명보호는 12월 초 예정된 월드컵 조 추첨에서 ‘포트2’ 배정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11월 A매치 2연전 결과까지 반영한 11월 피파랭킹으로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포트 배정이 이뤄진다. 상위 포트에 속할수록 본선 조별리그에서 강호를 피할 수 있어 유리하다. 홍 감독이나 손흥민도 “11월 A매치 2연전에서 꼭 지켜내야 하는 것이 ‘포트2’”라고 말했는데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의미 있는 날이었지만 이날도 경기장에는 3만여 관중만 자리했다.
지난해 9월 ‘최약체’ 팔레스타인을 상대할 때도 6만에 가까운 관중이 몰려들 만큼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축구대표팀은 최근 차디찬 팬심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파라과이전, 볼리비아전을 찾은 관중은 불과 2만명 대다. 결정타는 브라질전이다. 6만 3000여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무기력하게 대패하는 과정과 결과를 지켜본 뒤 팬심은 확 식었다.
이날의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돌아선 팬심을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모하메드 쿠두스(토트넘), 조르당 아이유(레스터 시티),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비야레알), 조셉 페인실(LA 갤럭시), 앙투안 세메뇨(AFC 본머스) 등 주축들이 대거 빠진 가나를 상대로도 답답한 경기는 계속됐다. 축구장에서 만난 한 축구팬은 “이런 (화려한)멤버를 놓고 이런 수준의 경기력 밖에 나올 수 없나”라며 답답한 심정을 여과 없이 토해냈다.
오현규-이강인-손흥민으로 구성된 현재 최강의 공격조합도 원활한 공격을 하지 못했다. 하프라인 뒤에서 공을 돌리다가 뒷공간을 파고드는 손흥민-오현규를 겨냥한 롱패스가 전부다. 중원 싸움도 밀리다보니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이 중원 아래로 내려와 볼을 탈취한 뒤 가나 진영으로 보내기 바빴다. 그렇다보니 전반 유효슈팅은 1개에 불과했다.
후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결국 골의 실마리는 이강인 왼발로 풀었다. 특유의 정밀하면서도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가나 수비진을 뚫고 이태석의 골을 빚었다. 하이라이트를 돌려봐도 가나전에서 몇 안 되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 선수도 이강인이다. 그의 왼발이 아니었다면 홍명보호는 득점은 어려워 보였다.
지난 평가전에서도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던 이강인은 이날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더 잘 준비해서 더 좋은 축구와 모습,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게 모든 구성원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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