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좋아졌다고 끊던 약…일상 속 작은 행동이 만든 위험 [항생제 내성①]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11.20 12:00  수정 2025.11.20 12:00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를 써도 낫지 않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감기나 인후염처럼 흔한 감염도 치료가 더디고 약을 바꿔야 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치료가 길어지는 이유는 특별한 상황 때문만이 아니다. 환자가 습관적으로 반복해 온 행동이 내성을 키우는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강력한 약이지만 한 번 잘못 쓰이면 되돌리기 어렵다.


약효가 떨어지는 순간은 갑작스럽게 오지 않는다. 작은 선택들이 누적돼 어느 날 치료가 길어지는 결과로 돌아온다.


질병관리청 시행한 ‘2025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4%가 증상이 나아졌을 때 복용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몸이 가벼워졌다고 느껴도 세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때 약을 그만두면 살아남은 세균이 항생제에 적응해 이후 더 강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같은 항생제를 다시 쓸 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며칠이면 끝날 치료가 길어지고 약 선택지가 줄어드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처방 없이 약을 먹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6.0%였다. 대부분 집에 남아 있던 약을 다시 먹거나 주변 권유로 복용하는 경우다.


필요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항생제를 사용하면 세균이 불필요하게 노출돼 내성이 축적된다. 항생제는 며칠만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아 오남용 위험이 크다. 남은 약을 다시 먹거나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은 치료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 성분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항상 확인한다’는 응답은 24.9%였다. ‘확인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5%였다. 항생제인지 모른 채 복용하면 불필요한 노출이 이어진다.


감기나 인후염처럼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질환에서 약을 잘못 이해하면 치료 효과 없이 내성 위험만 높아진다.


이런 반복을 줄이기 위해 질병청은 항생제 사용 지침을 의료기관에 보급하고 있다. 항생제 적정사용관리(ASP)를 통해 각 병원의 처방 과정을 점검하도록 지원하며 의료진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하고 남은 약을 다시 먹지 않는 기본 수칙을 반복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조사에서도 항생제 정보를 접한 응답자의 71.6%는 이후 행동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내성은 소리 없이 자란다. 증상이 좋아져도 중단하지 않고 처방 없이는 복용하지 않는 기본 원칙이 일상에서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의료현장에서 목격되는 내성 사례는 모두 작은 선택의 반복에서 시작됐다.


질병청은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향후 모든 수술, 심지어 간단한 의료 시술, 분만 등도 어렵다”며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제가 없어 치료가 실패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망도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기에 약부터 찾던 습관…그 선택이 만든 도돌이표 [항생제 내성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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