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에 우울증 악화해 공무원 사망…법원 "공무상 질병"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1.05 09:07  수정 2026.01.05 09:08

배우자,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 청구했지만 불승인 결정 내려져

재판부, 위법 판단…"사망·공무 사이 상당인과관계 인정 가능"

서울행정법원. ⓒ데일리안DB

전보 발령 후 업무상 받은 스트레스에 우울증이 악화한 후 사망한 공무원에게 공무상 질병을 인정해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A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0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06년 지방행정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2022년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이후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A씨는 같은 해 7월 복직해 한 도서관으로 발령받았지만 한 달 뒤 해당 도서관 지하 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A씨의 배우자 B씨는 같은 해 9월 'A씨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되어 자살했다'고 주장하며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 청구를 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망인(A씨)의 업무수행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 업무적 소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B씨는 인사혁신처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이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행위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고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인사혁신처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임한 직후 2022년 1월경 44시간, 2022년 2월경 22시간의 시간 외 근무를 했고 지인과 가족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고충을 자주 토로하는 등 업무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받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과거 A씨의 우울증 치료 이력이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망인이 기질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업무를 하면서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해 입원치료까지 받은 점 등에 비춰보면 망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망하게 된 원인이 오로지 망인의 개인적인 취약성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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