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업무 중 숨진 쿠팡기사 산재 인정
실질적 배상 책임 두고 공방
“쿠팡 사용자성 인정 시 큰 파장”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에서 심야 배송 업무를 수행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쿠팡 퀵플렉서(위탁 대리점 소속 기사) 고(故) 오승용 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승인했다. 국가가 고인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지만, 형식상 개인사업자 신분이었던 고인에 대해 원청인 쿠팡이 실질적인 배상 책임까지 져야 하는지를 두고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31일 오씨 유가족이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승인했다. 공단은 오씨가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75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과로 상태였으며, 이것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해 산재보험법에 따른 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이는 오씨가 특수고용직 종사자로서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업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데 따른 조치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쿠팡 배달기사는 특수고용직이지만 노무 제공자로서 산재보험 가입이 원칙이다”며 “보험에 가입하면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이번 산재 승인이 원청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산재 인정이 곧 회사의 과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보상하는 ‘무과실 책임주의’에 기반한 사회보험인 반면, 민사상 손해배상은 회사의 고의나 과실, 안전 배려 의무 위반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오씨가 쿠팡과 직접 고용 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아닌,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였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도급인(쿠팡)은 수급인(기사)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쿠팡 측이 그동안 퀵플렉서의 업무 자율성을 강조하며 법적 책임과 거리를 둬 온 것도 이같은 계약 구조에 기인한다.
하지만 노동계와 유가족은 이번 공단 조사에서 드러난 ‘과로’ 사실을 근거로 원청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형식은 개인사업자였지만 실질적인 배송 물량과 마감 시간을 원청이 통제하는 구조였던 만큼, 과도한 업무를 부과해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안은 원청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논쟁의 핵심 관건은 쿠팡이 오씨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었는지 여부”라며 “지금까지는 특수고용직 산재를 플랫폼 기업이나 원청 등에서 책임지는 사례가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최근 노란봉투법 통과 등 노동환경이 많이 바뀌면서 과거 판단 기조가 바뀔 수 있다”며 “쿠팡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면 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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