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살인미수 혐의' 10대 지적장애 주장하자 형량 늘린 2심 판단 잘못"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1.23 14:15  수정 2026.01.23 14:16

1심 장기 8년·단기 5년 징역형→2심 징역 장기 9년·단기 6년

"피고인 장애 밝히는 것 주저하게 만들어…충분한 방어행위 못 하게 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또래 학생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10대가 지적 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죄를 반성하거나 후회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형을 가중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달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10대 A군에게 장기 9년·단기 6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군은 지난 2024년 8월19일 오전 경기 안산시 상록구 한 중학교 부근에서 등교 중이던 10대 B양의 머리를 내리치고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A군은 B양을 좋아하게 됐으나 만나주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자 범행을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1심에서 수사기관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군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장기 8년·단기 5년 등에 처하는 판결을 내렸다.


2심에서도 A군의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A군)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정신의학과적 병력을 핑계로 자신의 책임을 경감하고자 하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장애 내용과 정도, 범행에 미친 영향,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의 필요성 등에 대해 감정을 하는 등 구체적 사정을 충실히 심리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는지,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한 적합한 처분이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2심 1차 공판에서 변론을 종결시킨 점과 A군의 정신적 장애 주장에 대해 2심 재판부가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이라며 형을 가중한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정신적 장애를 이유로 심신장애 등을 주장하는 것을 '반성하거나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인격적 비난 요소'로 봐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피고인이 장애를 밝히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장애인이 충분한 방어행위를 못 하게 해 비장애인과 관계에서 실질적 평등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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