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표 뒤 정책실장·안보실장 주재 긴급회의
靑, 트럼프 진위 파악 집중하며 말 아껴
"관세 합의 의지 미측에 전달하며 차분하게 대응"
"美 → 과기부 서한, 관세 인상과 직접 관련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기습적으로 선언한 가운데, 청와대는 당혹감 속에서 급박하게 움직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관세 인상 관련 글을 게시한 지 한 시간 만인 27일 오전 7시 58분께 "공식적인 통보나 세부 내용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이날 오전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주재로 대미통상현안 회의를 개최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로 추진 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입법 상황을 점검했다. 특별법에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뒷받침하는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 및 이를 관리·운용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등이 담겼다.
이날 회의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등 주요 참모들도 자리했다. 전략경제협력 특사단 소속으로 캐나다에 체류 중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정관 장관도 유선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는 또 김 장관의 캐나다 출장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미국으로 급파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방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관련 내용을 협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한국 입법부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한국에 대해 자동차·목재·의약품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양국을 위한 위대한 합의를 했으며,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조건을 재확인했다"며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는가"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 승인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발의된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미국의 진위 파악에 집중하면서 회의에서 다뤄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관세 인상은 연방 관보 게재 등 행정조치가 있어야 발효되는 만큼, 우리 정부는 관세 합의 이행 의지를 미 측에 전달하는 한편,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언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파악을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서도 "민감한 외교 사안이기도 해서 이 자리에선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인 사항'이라는 정도만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언급하기 전 미국 측이 우리 정부에 보낸 서한은 관세 언급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 측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에게 보낸 서한은 디지털 이슈 관련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며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사유로 삼은 '한국 국회가 한미 간 무역 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언급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미국 측에 우리나라의 디지털 관련 입법과 조치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로 지속해서 설명해 왔다"며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각종 회의체 등을 통해 최근 대미 통상 현안과 관련한 미국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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