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온 우리는”…두 배 많은 지원금에 우주청 ‘부글’[실패한 도킹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2.01 06:00  수정 2026.02.01 06:00

‘경남 사천’이 갖는 지리적 한계에

인재 유출·유입 어려움 겪는 우주청

해수부 부산 이전과 비교해 ‘박탈감’

“정주 여건 개선 정부 차원 관심 필요”

지난 2024년 우주항공청 개소식(왼쪽)과 지난해 해양수산부 개청식 모습. ⓒ데일리안 DB

지난 2024년 5월 우주항공청(KASA)이 출범할 당시 많은 이들이 열광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NASA(미국 항공우주국) 출신 인재들이 합류했다는 소식에 대한민국도 곧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NASA의 기술력이라는 ‘우주선’이 한국의 행정 시스템이라는 ‘정거장’에 결합하는 역사적인 ‘도킹’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화려했던 ‘도킹’은 실패한 듯 보입니다. 대통령, 차관급 연봉에도 불구하고 NASA 출신 전문가들은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고 떠났습니다.


그들이 떠났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그들을 떠나게 만든 이유입니다.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떤 이유로 조직을 떠나게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데일리안>은 네 차례에 걸친 기획 보도를 통해 우주청 출범 이후 발생한 핵심 인력 이탈의 실태와 조직 문화의 괴리, 정주 여건의 한계 등을 짚어볼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진정한 ‘KASA 2.0’으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주>


우주항공청(청장 윤영빈, 이하 우주청)에서 인재 유출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에는 연봉 문제와 조직 내 불협화음 외 현실적인 원인도 있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적 한계에서 오는 문제다. 우주청 직원들의 ‘정주 여건’은 개청 이전부터 지금까지 풀지 못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기관 업무보고에서 “전문 인력이 최근 이탈했지만 현재 내부에 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거나 프로젝트를 경험한 인력이 상당수 있다”며 “최근 이탈한 전문직 인력도 해외 경력이 있는 이들로 충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인력이 모두 빠져나가자, 인력 충원 계획을 설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 청장은 “청사가 경남 사천시에 위치하다 보니 직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등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 주말 부부인 직원의 수가 감소세로 보이고 있는데, 지속적인 정주 여건 확보로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주 여건을 판단하는 요소는 크게 ▲주거·환경 ▲의료·복지 ▲교육·문화 ▲경제·교통 ▲안전·치안 등이다. 이 기준에서 우주청이 위치한 경남 사천은 정주 여건이 훌륭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 의료·복지나 교육·문화, 경제·교통 등이 우주청 직원들 눈높이를 따라주지 못한다.


의료·복지 분야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병상수 100개 이상의 ‘대형병원’도 마찬가지다. 종합병원은 세 곳 정도다. 그나마 이웃 도시인 진주시에 상급종합병원으로 국립경상대학교병원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세종에서 부산 동구 IM빌딩(본관)·협성타워(별관) 임시청사로 단계적 이전을 시작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이사업체 관계자들이 첫 이삿짐을 부산 본관 건물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보육 시설이나 학원 등 교육시설도 수도권과 비교할 바 아니다. 대학교는 창원대학교 우주항공캠퍼스와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가 전부다. 문화·교양 시설이나 연간 대형 공연 횟수도 차이가 크다. 이런 모든 상황을 통틀어 사천시 ‘정주 여건’이 매력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해수부는 정착지원금만 2000만원이라는데…”


개청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우주청 직원들의 불만이 줄지 않는 이유는 최근 부산으로 터를 옮긴 해양수산부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두 기관을 비교하면 우선 중앙 정부가 주는 지원금은 두 기관 모두 같다.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월 20만원을 최대 2년간 받는다.


차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지원금이다. 먼저 우주청은 현재 경남도와 진주·사천시에서 ▲이주정착금 ▲자녀장학금 ▲양육지원금 ▲주택 임차비(월세) 등을 지원받는다.


이주정착금은 최초 전입신고 때 받는 이주정착금은 경남도에서 가족 1인당 200만원(최대 4인까지), 사천시 또는 진주시에서 1인당 200만원(최대 1000만원)을 받는다. 4인 가구 기준 최대 1800만원이다.


초중고 자녀장학금은 경남도에서 1인당 매달 50만원(최대 2년), 사천시 또는 진주시에서 1인당 150만원(1회)을 준다. 자녀 1인당 2년간 최대 1350만원이 된다.


미취학 아동 양육지원금은 경남도와 각 지자체(사천·진주시)가 반반씩 부담해 1인당 매달 50만원씩 2년간 지급한다.


월세는 사천시 경우 월 최대 30만원을 2년간, 진주시는 월 최대 40만원씩 2년간 실비 한도로 지원한다.


반면 부산시는 해수부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이주정착금을 1인당 400만원 준다. 자녀장려금도 1인당 일시금 150만원에 더해 2년간 월 50만원씩 받는다. 양육지원금은 미취학 아동 대상 1인당 50만원씩 2년간 지원한다. 이들 항목은 모두 우주청이 경남도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금액과 같다.


다만 해수부 직원들은 부산시로부터 이주정착금 외 ‘정착지원금’을 월 40만원씩 4년간 총 1920만원 받는다. 우주청 직원들은 받지 않는 항목이다.


해수부가 지원하는 월세도 사천시(40만원)나 진주시(50만원)보다 많다. 해수부 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월세는 최대 80만원까지다.


출산 지원금도 차이가 있다. 사천시는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이상 800만원을 준다. 진주시는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이상은 출산 때 200만원, 생후 1년부터 4년까지 매년 100만원씩 지원한다.


부산시는 현재 첫째 아이 출산 때 200만원 상당의 ‘바우처(교환권)’를 준다. 둘째는 300만원의 바우처에 100만원의 현금을 준다. 해수부 직원들은 여기에 더해 2년 내 자녀를 출산하면 출산 자녀 1인당 일시금으로 200만원을 받는다.


부산시는 추가로 해수부 직원들의 영구 정착을 유인하기 위해 공동주택(아파트) 특별공급과 우선공급도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부산시는 광역시로 인구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사천·진주시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해수부 직원들이 걱정한 자녀 교육이나 병원, 문화생활 등을 비교해도 사천·진주시보다는 월등한 게 사실이다.


우주청 직원들은 프랑스 툴루즈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60년대까지 시골이었던 프랑스 툴루즈도 지금 유럽의 우주항공 수도로 성장하게 된 건 결국 국가가 전략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프랑스 정부는 국립우주연구센터(CNES)를 툴루즈로 옮기면서 연구원들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제공했다. 이는 인력 유치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이후 ‘국제학교’를 세워 직원 자녀들을 입학하게 했다. 이어서 항공우주 특화 대학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문화적 접근에서는 ‘Cité de l'Espace’라는 대규모 테마파크와 박물관을 지어 ‘우주 도시’라는 정체성을 형성시켰다. 이는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관광수익까지 유인하며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줬다.


특히 수도인 파리와 툴루즈를 잇는 고속열차(TGV)와 항공 노선을 대폭 확충해 지리적으로 ‘고립된 지역’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게 했다.


정부 지원도 일시에 그치지 않았다. ‘항공우주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수십 년 예산을 쏟아부었다. 툴루즈 입주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줘 민간 자본이 스스로 찾는 도시가 됐다. 결과적으로 매년 수천억원 규모 연구개발(R&D) 자금이 툴루즈로 흘러들면서 오늘날 세계적인 우주항공 도시로 성장했다.


한 우주청 관계자는 “솔직히 부산과 사천은 도시와 시골이다. 교통이나 학교, 사는 환경을 보면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데 지원금마저 차이가 나니 불만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며 “툴루즈가 시골에서 국제적인 우주항공 도시가 된 건 결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재정을 투자한 덕분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궤도 수정 불가피…KASA 2.0, ‘진짜 독립’ 필요한 이유[실패한 도킹④]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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