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탈세 논란 중심엔 ‘1인 기획사’
해마다 비슷한 문제로 논란 반복해
의도된 탈세 강도 높은 대응책 필요
“걸리면 세금 내면 된다는 인식 고쳐야”
배우 차은우. ⓒ데일리안 DB
최근 배우 차은우와 김선호가 탈세 논란에 휩싸이면서 연예인 탈세 문제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이하늬, 유연석 등 대형 스타들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면서 해마다 반복하는 탈세 문제가 개인 위법행위인지, 제도적 맹점은 없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연예인 탈세 문제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1인 기획사’다. 1인 기획사는 연예인들이 탈세 또는 절세 수단으로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수단이다.
세금과 관련해 1인 기획사의 장점은 일반 소득세 대비 최고 세율이 낮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종합소득세는 2023~2024년 귀속분 기준으로 했을 때 1400만원 이하 6%, 가장 높은 10억원 초과는 45%를 적용 받는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49.5%까지 높아진다. 일반 근로자, 개인 사업자, 프리랜서 등은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1인 기획사를 세워 법인으로 등록하면 세율이 급감한다. 영리법인은 사업연도별 소득을 기준으로 2억원 이하는 9%,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는 19%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는 21%, 3000억원 초과는 24%다.
개인 사업자나 프리랜서 등은 연 소득이 10억원을 넘으면 세금을 45% 내야 하지만, 법인은 3000억원 이상 이익이 나도 세금은 최대 24%만 내면 된다. 연예 활동으로 번 돈을 자신이 차린 법인에 귀속하면 개인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만 내면 된다. 고수익 연예인들이 1인 기획사 형태의 ‘법인’을 설립하는 이유다.
문제는 1인 기획사라는 법인을 탈세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이 진행 중인 배우 차은우 씨 또한 1인 기획사를 탈세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차 씨는 모친이 차린 A 법인(1인 기획사)을 통해 원소속사인 판타지오와 연예 활동 지원 용역 계약을 맺었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A 법인과 용역 계약을 체결해 차 씨의 개인적인 일정 관리와 의전, 기타 연예 활동 지원 업무 등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차 씨가 소속사(판타지오)로부터 받아야 할 수익금을 법인 사업비로 처리해 세금을 적게 내려고 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특히 A 법인 주소 차 씨 모친이 운영한 차린 인천 강화도 장어 식당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심이 더 커졌다.
1인 기획사를 특히 가족이나 지인이 대표를 역임하면서 임직원으로 친인척, 지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 임원이나 직원으로 등록된 법인을 만들고, 실제로 일하지 않는 가족 또는 지인에게 고액의 급여를 지급해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법인 카드로 사치품을 사거나 개인 용도의 수입차를 임대해 비용 처리하는 관행도 문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차은우의 경우 1인 기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머니 명의로 된 법인을 통해 소득을 그쪽으로 나눠서 세금을 줄인 것”이라며 “어머니 명의 기업이 차은우에 대해 실제 용역을 제공했는지, 아니면 형식적으로만 사무실을 만들어 놓은 건지 사실관계 확인을 해봐야 한다. 세금을 줄이기만 위해서 회사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면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세청 전경. ⓒ데일리안 DB
“‘양심’에만 맡길 일 아냐…제도상 보완 필요”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1인 기획사를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하는 일이 반복한다는 점이다. 문제가 드러나면 1인 기획사를 폐업하고 사과와 추징금 납부로 무마하는 사례도 계속된다.
이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을 임직원으로 내세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쓰는 행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연예 활동과 관련한 헤어, 메이크업, 차량 유지비 등이 법인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정립할 필요도 있다.
많은 연예인이 주식회사 대신 유한회사(LLC) 선택하는 데, 이는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 감사나 경영 실적 공시 의무가 없어 ‘깜깜이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 유한회사도 외부 회계 감사를 받게 하거나,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연예기획사 등록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등록 없이 1인 기획사를 운영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연예인 수익을 고려했을 때 좀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전 안내와 전수 조사도 필요하다. 법인 설립 시 국세청이 ‘절세와 탈세의 경계’에 대해 의무적으로 교육하거나, 1인 기획사 형태 법인을 정기적으로 전수 조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는사람 법률사무소’ 이상웅 대표변호사는 “현재 1인 기획사는 자본금이나 설비, 인력 등에 관해 최소한의 제한도 없다. 누구든 쉽게 (기획사를) 만들어 절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1인 기획사는 ‘노예 계약’과 같은 기획사 횡포에서 문화예술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수백억원 수익을 거두는 연예인이 이걸 탈세 목적으로 악용한다면 최소한의 규제는 뒤따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직원을 3인 이상 두게 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 자본금을 갖추게 하는 방법도 있고, 회계나 재무 담당자를 두거나 아니면 외부 감사라도 받게 하는 걸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소득 이상을 버는 연예인이라면 1인 기획사를 아예 못 만들게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국세청 출신이자 조세 전문 변호사인 이정로 ‘법무법인 정행인’ 대표변호사는 “연예인이 1인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그 자체가 위법이거나 탈세는 아니다. 신설 법인(1인 기획사)은 사실상 인적 물적 설비도 없고 실제 기획사로서의 활동이 없음에도 외형만 만들어서 연예인 수입을 법인의 매출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회피, 탈세하려는 목적이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국세청이 탈세 의혹을 세세히 살피는 만큼 납세자 권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도 실질과세원칙 적용에 있어 사안마다 달리 판단하고 있으므로 개인 사정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해서 탈세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국세청 내부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일부 연예인 일탈행위에 관해서는 조기 해명 요구, 사전 안내, 심의강화 등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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