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환율·유가·물류비 ‘3중 변수’…K식품·뷰티·여행 산업 영향은?

최승근 임유정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3.03 16:39  수정 2026.03.04 07:35

수출은 단기 수혜, 여행·항공은 직격탄 우려

뷰티업계, '성장' 거점 중동 물류·소비 위축 가능성에 '촉각'

“확전 여부가 산업 충격 가를 것”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란 테헤란 모습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 유통업계에도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 수출을 확대해온 식품·뷰티업계와 항공·여행업계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 수혜와 구조적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식품업계 “환율은 호재, 물류는 변수”


중동은 최근 K-라면, 간편식, 김치 등 한국 식품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에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다만 해상 운임과 전쟁 리스크 보험료 상승 가능성은 부담이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먹거리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차질이 현실화하면 에너지 가격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는 물론 전기·가스 요금까지 동반 상승해 소비자 물가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해상 운임 급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재료를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업계로서는 비용 부담 확대가 불가피한 구조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곡물·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치솟으면서 식품 물가가 장기간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업계는 이번 사태 역시 유사한 경로를 밟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최근 중동을 K푸드 수출 확대의 전략 시장으로 삼고 공략을 강화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의 중동 수출액은 4억1000만 달러(약 6001억원)로 전년 대비 22.6% 늘었다. 다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수준으로 아직은 제한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동 비중이 크다고 보긴 어렵지만, 신규 시장 개척 차원에서 공을 들여온 것은 사실”이라며 “정세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K뷰티, 성장 시장이 ‘리스크 시장’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최근 K뷰티의 신흥 성장 거점으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스킨케어와 색조 제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현지 유통망을 강화해온 기업도 적지 않다.


KOTRA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중동 지역 월평균 K뷰티 지출은 전년 대비 62% 급증했다. 특히 UAE는 세계 K뷰티 지출 상위 1위를 차지할 만큼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전쟁 확산 시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이 변수다. 상황 장기화에 따라 결제 환경 불안, 물류 지연 등의 차질이 빚어질 경우 환불 사례가 증가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리브영은 최근 자체 역직구(해외에서 국내 온라인쇼핑몰 상품을 직접 구매) 플랫폼 '올리브영 글로벌몰'에서 바레인, 카타르, 이스라엘 등 일부 중동 국가로의 상품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 주요 공항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물류 일정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문은 가능하지만 배송이 평소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


현재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트항공, 플라이두바이 등 아랍에미리트(UAE) 국적 항공사들이 일부 노선 운항을 재개했으나, 카타르 도하 등 주요 허브 공항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편 취소가 이어지면서 항공 화물 처리에도 지연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다만 CJ 올리브영 관계자는 "중동 사업 자체 지분이 그렇게 크지가 않아 당장은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중동을 비롯해 61개국에 ‘글로벌 아모레몰’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원자재 수급, 물류, 환율 리스크 등 비즈니스 상에 전반적인 영향을 점검하고 있으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대비한 대응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피알은 중동 시장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단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글로벌 물류 환경 악화 가능성은 경계하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당사의 주력 국가는 아니기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은 편이며, 이에 따라 중동발 리스크에 따른 수익성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면서도 "해당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물류 시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기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화장품 ODM 기업들 역시 직접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외부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인 만큼 물류비 상승 등 외부 변수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 공략을 강화한 코스맥스는 "중동을 포함해 할랄 시장 자체를 공략하고 있지만, 현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시장에서의 영업이 더 활발한 상황"이라며 "중동 시장의 경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행·항공은 직격탄 우려


여행·항공업계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 상승은 항공유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해외여행 비용도 상승한다.


중동 노선 운항 축소 가능성 역시 변수다. 일부 항공사는 노선 안전성 점검을 강화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운항 스케줄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두바이와 카이로 등 중동 지역에 수백명의 한국인 여행객이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이드나 인솔자의 지원 속에 현지 호텔에 머물고 있다. 여행사들은 대체 항공편이 확보되는 대로 귀국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동지역으로 향하는 상품의 취소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여행사와 온라인여행플랫폼(OTA)들은 여행상품과 항공권에 대해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면세·호텔업계 역시 해외여행 수요 둔화 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유가 변동성이 동시에 커지면 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 충돌에 그칠지, 장기화될지에 따라 산업계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 환율 효과로 수출 기업은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유가 급등과 물류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부담은 빠르게 확대될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관건은 확전 여부와 국제 유가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지켜보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원재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수출선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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