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의 시대…커지는 나라살림 [지출의 역습①]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3.09 10:44  수정 2026.03.09 10:44

경기 둔화 대응 카드 된 재정

복지와 산업 동시에 쓰는 돈

총지출 727조9000억원의 그림자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 확대와 국가채무 증가 압력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챗지피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 재정이 다시 경제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경우 정부 지출을 통해 경제 활동을 보완하고 경기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경기 변동성과 내수 둔화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정책 대응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정부 재정은 경기 안정 장치로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2026년 정부 총지출은 727조9000억원 규모다. 이는 2025년 본예산 대비 약 8%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 지출 규모는 지난 10여 년 사이 빠르게 확대됐다. 2014년 약 357조원 수준이던 총지출은 현재 700조원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재정 확대 흐름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국가들도 재정을 경기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역시 산업 정책과 공급망 안정 정책을 위해 정부 재정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정 증가의 핵심…복지 지출 확대


정부 지출 확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복지다. 최근 예산 구조를 보면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이 전체 정부 지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242조9000억원 규모다. 이는 전체 예산 가운데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금과 의료, 돌봄 서비스 등 사회보장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8.4%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연금과 의료, 돌봄 등 사회보장 지출 역시 자연스럽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상황에 따른 정책 지출도 재정 확대 요인이다. 경기 변동성이 커질수록 취약계층 지원과 고용 안전망 정책이 함께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이 확대되면서 복지 지출은 정부 재정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분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정부 재정이 산업 투자와 연구개발,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로 흘러가며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확장 재정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제미나이

재정 확대의 또 다른 축은 산업 정책이다. 최근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첨단 산업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산업 정책 역시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첨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 약 35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연구개발 투자는 첨단 기술 확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반으로 평가된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국가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략 산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산업 정책 재정은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국가 경제 전략의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역시 정책 재정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 산업 정책을 강화하면서 정부 차원의 산업 지원 경쟁 역시 심화되는 모습이다.


정부 재정 투자가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으로 연결되며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정책 재정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챗지피티
의무지출 구조가 만든 재정 확대 압력


재정 확대 흐름을 이해하려면 정부 지출 구조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지출은 크게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분된다.


의무지출은 법률에 따라 자동적으로 집행되는 지출이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지원, 지방교부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 비중은 절반을 넘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의무지출은 제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정부 총지출이 2014년 약 357조원에서 2026년 727조9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며 지난 10여 년 사이 빠르게 증가한 흐름을 보여주는 재정 지출 추이 인포그래픽. ⓒ챗지피티

재정 확대와 함께 국가채무 역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 수준이다.


국채 발행은 재정 지출 확대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활용되는 정책 수단이다. 경기 대응과 산업 정책을 위해 재정을 확대할 경우 국가채무 증가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정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고령화로 인한 의무지출 증가와 국가채무 확대를 고려하면 재정 운용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확대 정책이 단기적인 경기 대응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정 지출 구조와 재정 관리 전략을 동시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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