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연극에서 ‘경험하는’ 극장으로…국립극단이 관객을 부르는 법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3.09 14:16  수정 2026.03.09 14:17

'온라인극장' '백스테이지 투어' 등 관객 참여형 사례 구축

"공공극장 중심 '열린 플랫폼' 실험 활발 논의"

국립극단의 기획 프로그램이 공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연극 관람 형태에서 벗어나 극장 플랫폼 자체가 능동적인 주체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식이다. 이는 공연계 전반에 퍼진 이머시브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로, 국립극단은 극장과 관객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면서 ‘온라인극장’ ‘백스테이지 투어’ ‘명동인(人)문학’ ‘시민희곡낭독아카데미’ 등 4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 참여형 사례를 구축했다.


ⓒ국립극단

먼저 국립극단은 ‘온라인극장’ 구축을 통해 극장이 가진 가장 큰 한계인 물리적, 지리적 문턱을 허물었다. 전통적인 연극은 특정 시간, 특정 지역에 위치한 극장을 직접 방문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현장' 예술이다. 그러나 온라인극장은 이러한 공간의 제약을 없앴다. 관객은 각자의 일상 공간에서 국립극단의 주요 레퍼토리 공연을 접할 수 있다. 최근엔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이자 초연 10주년을 맞아 대극장에 입성하며 화제를 모은 고선웅 연출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리마스터링 버전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삼매경’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십이야’ ‘햄릿’ ‘벚꽃동산’ ‘스카팽’ 등 다양한 작품을 공개하면서 단순히 오프라인 공연의 단기적인 영상 송출을 넘어, 극장의 개념을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해왔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관객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다양한 계층의 유입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이다.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공공극장의 보편적 예술 향유권을 보장하는 가장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구조적 전환이다.


‘백스테이지 투어’는 관객에게 닫혀 있던 무대 뒤의 공간을 개방하는 프로그램이다. 관객은 국립극단 및 명동예술극장의 역사를 듣고 공연장과 백스테이지, 무대 시설을 탐방하고 무대 구조와 장치 등을 투어하면서 연극이 제작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한다. 그동안 관객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완성된 결과물로서의 환상 만을 소비해 왔다. 그러나 백스테이지 투어는 이러한 환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적 메커니즘과 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관객이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더욱 입체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면서 관객을 창작의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동반자로 격상하는 심리적 효과를 낳는다.


관람 이후의 활동과 관객의 직접적인 예술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명동인문학’은 공연 관람 후 발생하는 감상과 질문을 철학적 사유로 확장하는 기획이다. 관객은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인문학적 토론과 학습에 참여한다. 작품 소비를 지적 활동으로 연장하여 관객의 사유를 깊게 만든다.


‘시민희곡낭독아카데미’는 관객에게 가장 능동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시민이 직접 희곡을 읽고 대사를 소리 내어 발화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전문 배우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연기 행위의 기초 과정을 시민이 직접 체화하는 것이다. 가장 수동적인 위치에 있던 관람객을 창작과 표현의 주체로 완벽히 전환하는 핵심적인 창구로 기능한다.


국립극단의 이러한 시도는 작품 소비를 넘어 관객을 극장의 생태계에 편입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관객은 관람, 학습, 체험, 발화의 과정을 거치며 강력한 ‘예술적 효능감’을 얻는다. 자신이 극장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의미 있는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인식은 극장에 대한 대중의 충성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공연 관계자는 “‘열린 플랫폼’ 실험은 이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국립극단은 작품 중심주의에서 관객 중심주의로의 극장 운영 패러다임을 선도적으로 이동한 사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연을 관람하는 행위를 넘어서 공연장에 ‘머물도록’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예술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지 않고 상호 작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대중을 극장으로 부르고 그들을 능동적 참여자로 변모시키는 국립극단의 행보는 타 공공극장 및 예술단체의 관객 개발 프로그래밍에도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