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동화로 청년 일자리 21만개 소멸
인력 조정 1순위는 ‘신규채용 축소’
“청년 일경험 늘려야…인턴 적극 활용”
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6 상반기 이화여자대학교 잡페어를 찾은 학생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인공지능(AI)이 달라지고 있다. 스스로 일을 맡아 처리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부터다. 지시를 기다리던 도구가 노동력으로 전환되면서 노동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기존 AI는 사람이 질문을 던지면 답을 내놓는 구조였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대표적이다. 생성형 AI에서 판단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었다.
AI 에이전트는 다르다. 목표만 주면 AI가 스스로 단계를 나누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하며, 실행하고, 결과를 검증한다.
구글 클라우드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6 AI 에이전트 트렌드 보고서’는 “올해는 AI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전반에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환점”이라고 규정했다. 기업 경쟁력의 기준도 ‘AI 모델 성능’에서 ‘업무 자동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변화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아닌, 현장에서 먼저 체감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핵심은 ‘직무’ 전체가 대체되는 게 아니라 직무를 구성하는 ‘과업’이 하나씩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보고서 초안 작성, 계약서 1차 검토, 기초 코딩, 데이터 정리, 콜센터 1차 응대처럼 판단 기준이 명확하고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업무부터 자동화된다. 이는 저연차 직원, 즉 청년이 수행하는 과업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청년·사무직 직격…취업 사다리 첫 칸이 사라진다
지난달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에서 시민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충격은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년간 청년 일자리 21만1000개가 줄었다. 이 가운데 98.6%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사라졌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출판업·정보서비스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AI 도입이 주로 청년 고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는 취업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지는 구조적 문제다.
AI 도입을 예정한 기업들이 향후 인력 조정 방식으로 신규 채용 축소를 가장 많이 꼽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설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KDI가 발표한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에 따르면,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AI 도입 예정 기업들은 향후 인력 조정 방식으로 ‘재직자 해고’보다 ‘신규채용 축소’를 예상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신입으로 들어가 허드렛일을 하며 숙련 노동자로 성장하는 경로가 잘리고 있는 것이다. 2023년 11월에는 국내 금융권 고객센터 상담사 240명에게 AI 도입을 이유로 집단 해고 예고 통지서가 발송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고는 철회됐지만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AI 도입이 국내 일자리 51%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이 가운데 27%는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위험군이다. 한국의 직업 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AI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인간 역할은 ‘수행’에서 ‘판단’으로…“일 경험 늘려야”
지난달 11일 서울 시내 대학 게시판에 취업정보가 안내돼 있다. ⓒ뉴시스
그렇다고 인간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효율과 속도를 담당한다면 인간은 복잡성과 맥락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주목받는 역할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해석·검증해 승인하거나 조정하는 ‘판단 담당자’다. 어떤 판단이 적절한지 결정하는 일을 수행하는 직군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5년간 소멸하는 9200만개 일자리 대비 1억7000만개 신규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 주석자·AI 트레이너·최고AI책임자(CAIO) 같은 직종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전환이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가 경력 초기 일자리를 잃은 청년층을 위한 일 경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을 하는 이유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청년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직무 경험”이라며 “일을 경험할 기회를 늘리되, 그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업이 인턴 기회를 청년들에게 폭넓게 줄 수 있도록 연계 채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청년인턴 운영 기업에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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