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기밀 유출한 전 직원·NPE 대표 기소
특허 분석 자료 여섯 차례 전달…14억 수수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 선행매매로 고발
지난해 재판 넘겨진 경제사범 1만명 상회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데일리안DB
삼성전자의 내부정보를 빼돌린 범죄가 잇따라 적발돼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 관계자들은 회사 기밀을 거래해 막대한 돈을 벌거나 선행매매로 주머니를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시장 상황을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사례가 줄 짓고 있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판을 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은 삼성전자의 기밀을 특허관리기업(NPE)에 유출한 전 직원들을 잇달아 기소하며, NPE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단 방침을 세웠다.
'특허 괴물'로 불리는 NPE는 직접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확보한 특허권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나 개인을 말한다. NPE는 주로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막대한 합의금을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전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삼성전자 지식재산권(IP) 센터 전 직원 A씨와 NPE 대표 B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배임 수·증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A씨는 2021년 4~6월 B씨로부터 기술 유출 청탁을 받고 100만 달러(한화 약 14억원)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22년 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삼성전자의 특허 분석 자료를 여섯 차례에 걸쳐 B씨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NPE는 B씨가 불법 취득한 특허 분석 자료 등을 이용해 삼성전자와 3000만 달러(한화 약 45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토대로 상장을 준비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2010∼2018년 삼성전자 IP센터장을 지낸 안승호 전 부사장은 지난달 11일 법원으로부터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는 2019년 퇴사해 NPE를 설립했다. 이후 삼성전자 내부 직원과 공모해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해당 기밀 자료를 이용해, 삼성전자가 음향기기 업체인 '테키야'의 오디오 녹음장치 특허 등을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하며 테키야와 함께 특허 침해 소송을 내기도 했다.
또 검찰은 삼성전자 자회사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선행매매에 나선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최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증선위는 관련 의혹을 조사해 부당 이득의 규모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관계자 16명 중 2명을 고발하고 14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대상엔 레인보우로보틱스 현 대표이사 이모씨와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방모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삼성전자 자회사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 주식을 거래해 30~4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데일리안DB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삼성전자 투자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1~3월 총 868억원을 투자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7%를 확보했다. 2024년 12월에는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율 35% 최대주주가 됐다.
종가 기준 2023년 1월2일 3만2600원이었던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는 2024년 12월30일 16만2700원으로 약 5배가 뛰었다. 이 종목의 이날 종가는 76만6000원에 달한다.
검찰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임직원들이 삼성전자의 지분 확대와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선행매매 했는지 여부와 정보 유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는 내부보안을 강화하고 있고 불법적인 정보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는 충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머릿 속에 있는 걸 가지고 나가 부정을 저지르겠다는 마음까지 막을 수는 없기에 결국 개인의 도덕 의식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증시 활황 등을 틈타 경제사범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5년 재판에 넘겨진 경제사범은 1만465명으로, 2년 연속 1만명을 상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제사범은 경기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증감 추이를 참조해 경제사범 비리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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